예산안 처리 무슨 일이 … 이한구, 8시간 잠적 뒤 최종안 들고 나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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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국회에서 처리된 2009년도 예산안이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그 한나라당 안에서도 최종 예산안 결정 과정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국회에선 이번 예산을 예결위원장의 이름을 따 ‘이한구 안(案)’이라고 부를 정도다. 2009년 예산안 처리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한구 예산’의 진실은=예산안을 놓고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을 벌이던 12일 낮 12시 이 위원장은 사라졌다. 협상이 결렬과 재개를 반복하는 동안 연락이 두절됐던 그는 오후 8시 무렵에야 예결위원장실에 나타났다. 최종 안은 그동안 어디에선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각 500억원 삭감안 제시로 풀려가던 이른바 ‘형님 예산’(포항지역 관련 SOC 사업)과 ‘대운하 예산’(하천정비사업) 협상이 이 위원장의 잠적으로 깨졌다는 점이다. 17일 한 당직자는 “청와대도 양해한 제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한구 안’에선 청와대의 뜻조차 반영되지 않았다. 예산안 조정소위의 작업도 뒤집힌 게 많다. 각 부처 예산 삭감액 4241억원이 무효화되고 8305억원이 덧붙었다. 200억원이 잘렸던 교과부의 ‘대학교육역량강화’ 사업 예산 199억원이 되살아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16일 “예산결산위원들의 심의권을 고의적으로 박탈했다”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이 위원장을 제소했다.

◆민주 의원 지역구 사업 상당 반영=민주당은 예산안 마지막 조정 과정에 불참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 숙원 사업은 상당수 반영됐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4500억원을 통째로 민주당에 떼어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위원장은 지난 9일 밤 여야 간사에게 삭감한 예산 1조5000억원을 의석 수에 따라 6:3:1(9000억원:4500억원:1500억원)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6750억원씩 똑같이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 우제창 간사는 “서민 정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제안”이라고 했지만 이 위원장의 잠적으로 이를 고집할 틈도 사라졌다.

예산안 표결 초읽기에 몰린 12일 밤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을 급히 찾았다. 소속 의원들의 민원 사업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한 핵심 당직자는 “명분을 지키기 힘든 상황에서 실리마저 잃을 순 없다는 지도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민주당엔 애초 제안보다 적은 3500억원밖에 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예산안 끼워넣기=김형오 국회의장이 단언했던 12일 처리 목표가 13일 오전으로 늦어진 데는 일부 예산을 슬쩍 끼워넣으려던 정부의 시도 탓이 컸다.

한나라당은 13일 새벽 느닷없이 정무위 등 4개 상임위를 열었다. 새 예산 항목을 설치할 경우 상임위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국회법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정무위에선 한국자산관리공사 증자에 필요한 4000억원이 문제였다. 내년에 크게 늘어날 저축은행과 은행의 부실채권 인수를 위해 절박한 돈이었다. 금융위원회가 예산에 넣어 달라고 국회에 들고 온 건 심사 막바지인 9일이었다.  

임장혁·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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