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의 성지인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 4년 연속 초청되고, 쾰른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하는 윤씨는 바그너 전문 성악가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셈이다.
◆모차르트는 ‘기름칠’=카리스마와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역을 주로 맡으며 유럽 무대를 누볐던 그가 이번에는 모차르트로 돌아왔다. 25~30일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연하는 ‘피가로의 결혼’ 중 알마비바 백작 역이다. 모차르트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8년 만. 의외의 선택이다.
“기계에 가끔 기름칠을 해주는 것과 같아요.” 그는 작품의 무게가 가볍고 노래가 소박한 편인 모차르트를 선택한 것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거죠. 신들의 전쟁, 역사의 분노 등을 노래하던 바그너를 잠시 떠나 사랑의 감정, 기쁨 등을 표현하는 게 모차르트의 묘미죠.”
윤씨는 “성악가는 하고 싶은 역할을 참을 줄도, 소리를 가다듬을 역할을 일부러 맡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씨가 맡은 알마비바 백작은 철저히 ‘망가지는’ 역할이다. 하녀에게 추근대고, 재치 많은 피가로에게 우스꽝스럽게 속아넘어간다.
하지만 “코믹한 중에도 철학이 있다”는 것이 그의 모차르트 해석이다. 국립오페라단이 7번 무대에 올리는 이번 공연에 그는 4회(25·27·28·30일) 출연한다.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