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터진 兩수석 압력 아리송 - 수사발표 한달만에 한보 새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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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한이헌(韓利憲).이석채(李錫采)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한보 특혜대출 개입 사실을 수사 결과가 발표된지 거의 한달이 지나서야 공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보사건 수사 초기 경제수석등 대통령 일급 참모들의 개입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도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에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게 사실이다.

검찰은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의 기소를 위한 보강수사를 벌이던 지난달 중순께 두 경제수석을 은밀히 소환해 자금지원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조사했다.언론의 취재를 피하기 위해 이들은 다른 피의자.참고인들과 달리 대검 중

수부가 아닌 서울지검에서 극비리에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한보사건 수사결과 발표때 韓.李전수석등에 대한 조사 사실을 처음 시인했으나 대출과정에 개입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보에 은행대출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홍인길(洪仁吉)의원의 공소장에도 洪의원이 직접 은행장에게 대출 청탁을 넣은 것으로 돼있을뿐 韓.李전수석의 이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검찰이 17일 한보사건 첫공판에서 직접신문을 통해 韓.李전수석의 개입 사실을 밝힌 것이다.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선 한보사건 수사로 권위가 크게 실추된 검찰이 명예회복을 위해 공판을 계기로 다시 칼을 뽑아든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더구나 韓.李전수석등은 개입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재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일부에선 검찰이 이들의 개입 혐의를 일찌감치 포착하고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음을 감안해 의도적으로 이를 축소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洪의원에 대한 수사에서도 구속영장 단계에서는 청와대 총무수석 시절의 금품수수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가 언론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총무수석 재직시 받은 2억원을 공소사실에 포함시킨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들의 대출 개입 사실이 불거져 나옴으로써 한보사건이 또 한차례 소용돌이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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