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건 첫 공판 - 한보그룹 정태수.김명윤씨 아래 윗집에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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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과 신한국당 김명윤(金命潤)고문이 수서사건을 전후해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았던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사실이 공개된 것은 17일 한보 특혜대출사건 첫 공판에서였다.

구속된 홍인길(洪仁吉)의원에 대한 검찰측의 신문이 발단이었다.검찰이“피고는'90년쯤 정태수피고인과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한보그룹 경영과 관련된 여러가지 법률문제를 자문해주던 김명윤변호사'의 소개로 정태수피고인을 알게 됐는가요”라고

묻자 洪의원이“예”라고 시인한 것.

확인 결과 鄭총회장은 지난 91년 수서사건이후 서울구로동 자택을 비우고 金고문이 살고있는 서울용산구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로 이사와 2년여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金고문도 이 사실을 시인했다.金고문은“수서사건때쯤 이사와 동네 이웃으로 알고 지냈다”며“鄭씨가 바로 두층 아래인 11동606호(金고문은 806호)에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반면 鄭총회장이 신동아아파트를 떠난 시점에 대해 인근 부동산업자들은 94년쯤으로 기억한데 반해 金고문은“언제 이사갔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金고문과 鄭총회장이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실이 과연'우연'인지 여부를 놓고 뒷얘기가 무성하다.

특히 수서사건 즈음이라면 90년 3당합당후 김영삼(金泳三)당시 민자당대표가 대통령후보로 확정돼 민주계가 집권세력으로 등장한 시기다.

초대 민주산악회장을 지내고 통일민주당 총재권한대행을 거친 金고문은 金대통령의 오랜 측근인데다 최근 개각때 물러난 이원종(李源宗)청와대정무수석의 이모부이기도 하다.

때문에 로비의 귀재인 鄭총회장이 현 정부 출범후 수차례 당대표설이 나돌만큼 여권의 원로실세인 金고문에게'의식적으로'접근한게 아니냐는 것.

金고문은 이에 대해“한동네에 살다보니 이웃들과 어울려 가끔 몇달에 한번씩 골프를 함께 친 적은 있지만 다른 관계는 없다”고 부인했다.

한보그룹의 법률자문을 맡았다는 검찰 신문내용에 대해서도“고문변호사를 한 적도 없다”“고문변호사를 했다면 수당을 받았어야 하는데 전혀 근거없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그는“洪의원이 鄭씨를 소개해준 사람으로 왜 나를 지목했는지 모르겠다”며 “그 사람 참 싱거운 사람”이라고도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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