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생 면학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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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사법연수원 28기 신입생인 朴모(28)씨는 요즘 고시준비를 하던 때가 오히려 그립다고 투덜댄다.올해부터 연수생이 2백명이나 늘고 학제가 대폭 바뀜에 따라 합격의 기쁨을 채 맛보기도 전에 더욱 치열한 제2의 경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朴씨는 중매 3건을 모두 외면,맞선도 보지 않고 5일부터 동네 고시원에 다시 등록하는등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매년 이맘때면'동문회''향우회'공고로 빼곡이 채워졌던 1층 게시판도 연수원측이 붙인 안내문 1장을 제외하곤 썰렁한 상태.봄기운을 타고 이들 내부에 번지던 소개팅 열풍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다.

교수진도“아무리 농담을 해도 학생들이 웃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수업시간에도 긴장감이 팽팽하다.

이런 변화는 연수원 수료시 좋은 성적이 아니면 판.검사 임용이 안돼 사시 합격만으론 안정된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위기감 때문.

우선 지난해까지만 해도 3백명 졸업생중 2백50명이 판.검사로 임관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동기생이 5백명으로 늘어 현재대로라면 절반쯤 임관이 안될 것이라는게 가장 큰 부담이다.

또 새롭게 도입된 대학원식 4학기제나 지적재산권.국제법등 늘어난 전문과목등이 이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실정.어쨌든 연수원측은 면학 열기에 대해 놀라워 하면서도 일단 성공적으로 평가.

가재환(賈在桓)사법연수원장은“이젠 인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 과제며 등기소.시청등에 한달동안 근무하면서 법조인의 자세와 사회를 배우는 자원봉사 활동에 특히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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