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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라이벌 열전] 콩 vs 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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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 vs 팥.

전래 동화 ‘콩쥐팥쥐’를 떠올리게 하는 두류(豆類)계의 오랜 라이벌이다.

동화에서처럼 둘은 차이가 많다. 그러나 늘 ‘팥쥐’가 악역을 맡는 것은 아니다.

콩이 단백질·지방이 풍부한 식품이라면 팥은 탄수화물 식품이다(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

콩(국산 노란 콩 기준)의 단백질 함량은 100g당 36.2g.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이래서다. 콩단백질은 혈관 건강에 유익하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1회 제공량(보통 한 번에 섭취하는 양)당 콩단백질이 6.25g 이상 든 식품에 대해 ‘심장병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건강 강조 표시를 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팥(국산 붉은 팥 기준)에도 단백질이 100g당 19.3g 들어 있다. 식물성 식품치고는 다량이다. 그러나 질과 양 양면에서 콩보다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메티오닌·아르기닌·트립토판 등 중요한 아미노산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서다.

콩엔 지방이 팥보다 월등히 많이 들어 있다(100g당 17.8g, 팥은 0.1g). 콩기름은 있지만 팥기름은 없는 것은 이래서다. 콩의 지방은 절반 이상이 리놀렌산. 리놀렌산은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의 일종으로 혈관벽에 붙은 콜레스테롤을 떼준다.

탄수화물(당질) 함량에선 팥이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팥 100g당 68.4g, 콩 30.6g). 당뇨병 환자라면 ‘혈당을 올리지 않을까’ 우려할 것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콩·팥의 식이섬유 함량은 쌀의 두 배 이상이다. 이에 따라 콩·팥의 당질은 장에서 천천히 흡수된다. 혈당도 서서히 오른다.

대표적인 웰빙 성분도 서로 다르다. 콩이 이소플라본(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일종으로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면 팥은 안토시아닌(항산화 성분, 검정콩에도 풍부)이다.

껍질이 단단한 정도는 팥이 앞선다. 콩 껍질은 6시간가량 물에 담그면 물러지지만 팥 껍질은 24시간 담가야 약간 부풀 정도가 된다. 그래서 팥은 대개 깨서 물에 불린다(오산대 식품조리과 배영희 교수).

닮은 점도 많다.

팥(small red bean)은 콩류에 속한다. 콩이 대두(大豆, soybean)라면 팥은 소두(小豆)다.

쌀에 부족한 비타민 B군(B1·B2·니아신)이 풍부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비타민은 우리 몸의 활력을 높여준다. 지치고 피로가 쌓였을 때 콩이나 팥을 먹으면 금세 기운이 나는 것은 이래서다.

혈압을 조절하고 몸의 부기를 빼주는 칼륨의 함량이 높다는 것(콩 100g당 1340㎎, 팥 1180㎎)도 유사점이다.

열량도 엇비슷하다(콩 100g당 400㎉, 팥 337㎉). 팥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맛이 달다는 것이다. 팥빵·단팥죽을 연상해서일 게다. 그러나 실제론 단맛이 없으며 앙금·양갱·단팥죽이 단 것은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다. 껍질 부위에 사포닌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도 둘이 ‘사촌 간’임을 보여준다. 사포닌은 콩이나 팥을 우려낸 물에서 나오는 거품 성분. 비누가 없었던 과거엔 이 물로 손을 씻었다. 피부 건강에 유익하다고 여겨서다.

잘 말린 콩·팥을 항아리 등 용기에 넣어서 시원한 곳에 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수분이 적은(8∼10%) 상태에선 세균·곰팡이 등이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팥은 보관 도중 팥바구미 등 벌레가 생길 수 있다. 예방하려면 부수어서 보관한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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