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정당 업그레이드' 현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제17대 총선을 치른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라고 한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천막 당사(左)의 이강수 총무국장 자리로 전화 한통이 왔다. "저 새천년민주당 사무처 관계자인데요. 천막(당사) 치는 법 좀 가르쳐 줄 수 없을까요…."

이 국장은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의 고민과 어려움에 이해가 가면서도 "천막 당사를 세우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며 상세한 대답을 피했다고 한다.

지난 총선은 정책보다 이미지가 판을 친 선거로 기억되고 있다. '누추한 당사 찾기 경쟁'에 삼보일배, 단식 농성 등 이색 볼거리가 넘쳤다. 이를 두고 표를 구걸하려는 정치 쇼나 감성 정치로 폄하하는 소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정치인들이 국민을 어려워하기 시작한 첫 선거"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았다.

어쨌거나 한국 정치는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차떼기'로 대표되는 구 정치행태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떼밀리듯 등장했지만 한나라당 천막 당사나 열린우리당의 농산물창고 당사(右)는 이런 흐름의 산물이다. 의석 확보에 성공한 민주노동당의 어엿한 당사도 마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정당의 당사는 외양만이 아닌 의식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week&팀은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한국 정치의 산실인 주요 정당 당사를 돌아봤다. 과연 새 부대(당사)에서 새 술(정치)을 준비하고 있는지 보려는 의도에서였다. 4년 뒤 제18대 선거는 정책과 비전의 대결이 되기를 기원하며 ….

글=표재용.김필규 기자 <pjygl@joongang.co.kr>
사진=김형수.조용철 기자 <kimh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