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천 따라야 할 검찰자성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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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상엽(崔相曄)신임법무장관이 취임식에서 검찰에 자기반성과 개혁을 강도높게 촉구했다.취임사 내용만으로는 검찰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단순한 선언적 다짐인지 분명치 않다.그럼에도 우리가 崔장관의 말에 주목하면서 후속(後續)조

치에 기대를 거는 것은 검찰이 제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시민의 신문광고로 나올 정도로 절박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문제는'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이 말해주듯 정치적 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점이다.검찰이 취급하는 사건중 정치적 사안은 전체의 1%도 되지 못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번번이 1%의 실패로 1백%의 위상추락을

거듭해 왔다.우리는 수서.한보사건 등을 통해 그것을 체험했다.

민주법치국가에서 검찰력은 정의를 상징하는 것이다.따라서 일반범죄에는 추상같은 검찰력이 권력형비리에는 꼬리를 내린다면 우리사회에 정의를 세우기 힘들 것이다.그것은 단순히 검찰의 위신문제로 끝나지 않는다.정의가 실종된다면 사회발전을

위한 노력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의 몸짓일 뿐이다.

우리는 崔장관의 지적도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이해하며,그것이 검찰위상의 회복과 독립의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崔장관의 현실인식으로 자성의 분위기는 확산될 것이다.실천으로 그것을 뒷받침해야 한다.우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

은 한보의혹파악과 관련자처리를 통해 검찰이 당장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대통령의 사과와 개각으로 끝날 한보사태가 아니다.설사 지금 당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결국은 검찰이 마무리해야 할 사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보수사를 맡았던 PK출신 일색의 현 검찰수뇌부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장관이 인사권행사를 통해 당장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그것은 자성의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검찰조직에도 새

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길이다.검찰의'이상체질'은 대대로 최고통치권자의 목적에 의해 길들여져 온 원인도 크다.대통령도 내각운영의 상당부분을 총리에게 맡기겠다고 한 만큼 법무부내에서 촉발된 검찰바로세우기 움직임을 국가개혁차원에서 받아들

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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