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가족과 함께 최장 36개월 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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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미군 전투기(FA-18 호닛) 추락사고로 사망한 한인가족의 명복을 빕니다. 모든 주한미군 장병들은 그 분들과 유족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11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드래곤 힐 호텔에서 만난 월터 L 샤프(사진) 한미연합사령관은 사흘 전 참사에 대한 사과로 운을 뗐다. 지난 6월 대장 진급과 함께 서울로 부임한 뒤 처음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자리다. 주한미군 사령관과 유엔사령관도 겸하고 있는 그는 한국 내 모든 미군을 통솔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연회색 얼룩무늬에 검은색 별 4개가 수놓인 전투복 차림으로 나온 그는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1952년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모건타운에서 출생했을 때 부친은 한국전쟁에 참전 중이었다. 샤프 사령관은 또 96년 6월 틸러리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의 보좌관(대령)으로 와 2년 넘게 한국에서 살았다. 그는 “그때 아내(조앤 카파라소)와 아이들(딸 엘리자베스 등 2남1녀)이 서울에서 함께 살았는데 미 본토에 돌아가서 공부를 잘하고 생활도 적응했다”며 “가족 모두가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가족사랑이 각별한 샤프 사령관은 부임 이후 더 많은 주한미군 장병들이 가족과 함께 안정적으로 한국근무를 할 수 있는 방안에 골몰했다. 가족없이 혼자 온 주한미군의 경우 대개 1년만 근무하고 떠나야 하는 실정이다. 그는 “전쟁수행 능력과 업무 지속성을 높이려면 미군 장병들이 가족과 함께 3년 정도 근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가족동반 시 서울·오산·평택·대구·진해 5곳은 24개월에서 36개월로, 동두천과 의정부는 24개월까지 근무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짜 지난 1일 연방정부의 승인을 얻어냈다. 샤프 사령관은 “이렇게 하면 가족과 함께 한국근무를 하는 장병이 2135명에서 우선 4350명을 늘어나고,장차 1만4250명(현 주한미군 수는 2만8500명 정도)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프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가족동반 근무 확대는 한국에도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그만큼 안정돼 있다는 인식을 줘 외국자본의 한국내 투자기회가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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