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갖춰 임기말 안정선택- 3.5개각 어떤뜻 담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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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일 등장한 고건(高建)총리내각이 풍기는 인상은 안정감이다.내각의 안정성은 임기가 1년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절실한 통치요소다.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金대통령은 국정침체의 요인인 한보사태와 관련한 흔적을 내각에서 지워 버리려 애썼다.

예고한대로한승수(韓昇洙)경제부총리,안광구(安光구)통상산업.김용진(金容鎭)과기처장관을 한보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

오정소(吳正昭)보훈처장의 교체도 김현철(金賢哲)씨와 관련한 물의에 따른 인책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여론의 질타를 받아 온 PK편중인사라는 평판에서 벗어나는데도 신경을 썼다.막판까지 경질여부가 불확실했던 안우만(安又萬)법무.추경석(秋敬錫)건설교통장관을 퇴진시킨 것은 이 때문이다.재임기간이 비교적 길었던 이들을 교체함으로써

분위기 일신의 효과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김영수(金榮秀)문화체육장관의 경질도 같은 이유다.

한보파문때 구속된 김우석(金佑錫)내무장관 후임으로 임명된지 20일만에 그만둔 서정화(徐廷和)장관의 퇴진은 의외다.徐장관은 내무부 후배인 高총리의 운신(運身)폭을 넓혀 준다며 자진퇴진했다.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사적인 인연에 집

착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그러면서 金대통령은 전문성과 행정공백의 최소화를 후임인선 원칙으로 세웠다.

신임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는 高총리 못지않은 노련한 관료출신으로 공직사회와 정치권에서 새 내각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통산.건교장관에 임창열(林昌烈)재경원차관.이환균(李桓均)총리행조실장을 임명한 차

관급의 승진인사는 행정장악력을 고려한 대목이다.

권오기(權五琦)통일부총리.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등 통일.안보팀의 유임도 정책추진력을 유지하려는 맥락에서 이해된다.

신임 강운태(姜雲太)내무장관은 농림수산부장관을 지냈지만 정통파 내무관료출신이다.

이같은 인선배경은 한보사태로 권위에 결정적 손상을 입은 金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인선은 안정성 위주에 치중하다 보니 개혁적 이미지와 신선감을 찾기 힘들다는 평이다.

고건내각의 큰 문제는 길어야 6개월밖에 일할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따라서 관료특유의 몸사리기 처신이 나올 경우 이번의 관료우대 개각은 실패작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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