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프라를세우자>19. 문화예술지원-외국의 경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한 때는 해가 지지 않았다는'대국의 전통과 체통'을 다시 세우려 영국은 2000년대를 대비한 새로운 예술정책을 위해 국립기금제도를 마련했다.비록 경제는 기울었다 할지라도 문화예술은 영원해야 한다는'영국식 자존심'을 읽게 하는 대목

이다.

94~95 회계연도에 총 1억7천6백46만6천파운드(약 2천2백23억원)를 지원했던 잉글랜드예술위원회(ACE)가 다시 국립기금을 수혈해 2000년대를 대비한 새로운 문화예술지원사업을 펼치게 된 것이다.지난 회계연도에 ACE가 지원

한 금액중 36%는 로열 셰익스피어극장등 영국을 대표하는 5개 문화단체,33%는 10개 지역예술위원회,그리고 26%는 순수 문화예술단체에 지원됐다.연극.무용.음악등 상업성이 없는 분야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 ACE의 특징.여기에 국립

기금에 의해 새로 들어온 예산은 예술인의 자본사업,즉 일회성 행사가 아닌 항구적 지원효과를 얻을 수 있는 문화예술 기반사업에만 지원되는게 특징이다.

미국 국립예술보조기금(NEA)은 지원 결정 심의가 엄정하고 객관적이기로 정평난 기금이다.NEA의 주요 지원분야는 ▶문화유산의 보존▶예술교육과 접근▶창작과 공연▶기획과 경영등.의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의장을 임명하고 예술분야 종사

자들로 구성된 국립예술평의회(NCA)에 자문해 지원대상을 결정하는데 예술단체의 정규 프로그램보다 청소년 예술교육.지방 순회공연.신작 초연등 특별 프로그램을 집중 지원하는 편이다.NEA사무국에선 모든 예술가.예술단체에 문호를 개방해

지원.응모방법을 안내하는 강좌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NEA는 처음부터 지원.응모에 대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가장 큰 특징은 국내의 경우와 달리 정규 프로그램에 대해 매년 일정액을 지원하지 않고 예술가 개인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예술가 개인은 특정한 프로그램에 소

속될 때만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다.또 ▶상업적 영리 목적을 띤 예술단체의 활동▶예술단체의 경상운영비▶아마추어 단체나 학생집단▶신생 단체의 출범을 위한 경비를 위해선 NEA 지원을 신청할 수 없다.

NEA는 지원이 끊어지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자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단체는 지원하지 않는다.오케스트라나 오페라단의 경우 연간 예산이 적어도 10만달러(약 8천8백만원)이상이 돼야 한다는 조항을 달고 있다.이같은 규정에 위배

되는 단체나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접수받지 않기 때문에 심사의 공정성이 처음부터 보장된 셈이지만 평의회에서는 각 프로그램의 사회적 파급효과에 따라 엄격하게 지원 액수를 결정하고 있다.

NEA 재원은 모금이 아니라 전액 정부예산에서 마련된다.미 클린턴정부가 제시한 올 예산은 1억3천6백만달러(약 1천2백22억원).이를 인구비례로 계산하면 유럽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NEA는 지원대상에 대한 공신력을 입증해 주는

상징적인 의미로 충분한 존재이유가 있다.이 공신력에 의해 NEA는 지원대상 단체들에 보조금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민간기업의 후원을 따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설명>

미국 국립예술보조기금(NEA)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청소년

문화예술 프로그램.NEA의장 제인 알렉산더(맨 앞쪽)가 와이오밍주

잭슨에서 열린 청소년 무용 워크숍을 참관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