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탄생 200주년 오스트리아 빈 뮤직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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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나는 오직 작곡을 위해 태어났다.”

31년의 짧은 삶을 불꽃처럼 살았던'음악천재'슈베르트.음악의 도시 빈에는 아직도 그가 살아 있다.빈 교외 고즈넉한 2층집 생가,그가 자주 드나들던 빈 시내의 고풍스러운 카페들.어디를 가도 그의 손길.체취가 물씬 풍겨나온다.

35세로 요절한 모차르트보다 더 짧은 생애를 살면서도 더 많은 음악(1천여곡)을 남긴 슈베르트.빈 거리의 우아한 르네상스식 대리석 사이로 그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나오는 듯하다.

왈츠와 고색창연한 중세의 건물,푸른 도나우(다뉴브)강의 잔 물결이 짧은 겨울 햇빛을 받아 비늘처럼 반짝인다.오랜만에 찾아온 강추위가 도나우 운하 곳곳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러나 거리에서 만난 빈 시민들은 모두 밝은 얼굴이다.올해가 바로 슈베르트 탄생 2백주년(1월31일)의 해.빈에는 슈베르트가 있고,잘츠부르크에는 모차르트가 있다.슈베르트의 음악을 찾아 전세계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이곳으로 몰려온다.

슈베르트를 만나기 위한 첫 나들이.빈 시내에서 버스로 20여분.작은 마을 리히텐탈의 누스도르퍼 스트라세(거리)에 이르렀다.야트막한 2층짜리 석조건물이 눈에 들어온다.입구에 4개의 오스트리아 국기가 걸려 있어'국보'임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슈베르트는 2백년전 이곳에서 태어났다.생가 1층은 그의 아버지가 사설 음악학교로 이용하며 1백명의 어린이를 가르쳤고,2층은 거실이다.2층 발코니 왼쪽에 그가 태어났다는 재래식 부엌이 있다.금방이라도 연기가 피어오를 것만같다.1,2

층에 방이 각각 8개씩으로 당시 70명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2층 4개의 작은 방에는 슈베르트의 유품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첫번째와 네번째 방에는 뮤직박스가 있어 헤드폰을 끼고 '겨울나그네'등 그의 대표적 가곡을 들을 수 있다.14명중 12번째(5명의 생존자중 네번째)로 태어난 그는 이곳에

서 다섯살까지 살았다.관람은 오전9시~오후4시30분.매주 월요일 휴관.입장료는 1인 25실링(약 2천원).

생가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리히텐탈성당.그는 이곳에서 세례를 받고 오르간 반주를 하며 성가대원으로 활동했다.1814년 자신의 미사곡(F장조)을 처음 공연한 그가 이 성당에서 불행한 첫사랑 테레제 그롭을 만난 것도 어찌보면 우연이 아닌 것같다.

그가 즐겨 다녔다는 카페'줌 알텐 블루맨스토크'(발가세6),선술집'주 덴 드라이 하켄'(징어스트라세28)등도 돌아본다.아직도 당시의 모습으로 영업중이어서 2백년의 시공을 뛰어넘은 것같다.

모두 2백50년 이상된 이곳에서 시인.재력가.화가등과 어울려 밤새 자신의 음악을 연주했던,자그마한(150㎝) 슈베르트.찌든 가난으로 친구집을 전전해야 했지만 때로는 그림처럼 경치가 아름다운 잘츠부르크지역을 여행하며 주옥같은 가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슈테판 대성당에서 로텐투름 거리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 보면 빈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그리헨바이젤'(플라쉬마르크트11)이 눈에 띈다.5백년이 넘은 이 건물에 들어서면 10평 남짓한 홀의 벽면에 친필 서명이 어지럽다.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브람스.바그너등 수많은 음악가들의 자취가 생생하다.

그는 빈 중앙묘지에서 생전에 존경했던 베토벤 옆에 고이 잠들어 있다.시민공원에는 그를 기리는 동상이 서있고 중세의 건물들이 즐비한 운치있는 링(환상도로)에는 그의 이름을 딴 슈베르트링이 그의 존재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빈=김상국 기자]

<사진설명>

빈이 자랑하는 1백여년 전통의 콘체르트하우스에서 공연된 오페레타의 한

장면.이곳에선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작은 규모의 가벼운 오페라가 연중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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