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지폐 돌리는 미국 ‘비밀 산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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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한 중고품 가게를 찾은 테레사 세틀스는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받았다. 난방비가 없어 겨울을 나기 위해 중고 담요를 고르던 그에게 검은색 선글라스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한 여성이 다가와 100달러짜리 지폐 두 장을 내민 것이다.

지폐엔 ‘비밀 산타’라는 글귀가 찍혀 있었다. 선물에 대한 유일한 조건은 “다른 이에게 선행을 베풀어 달라”는 것이었다.

해고된 지 3주 만에 딸 3명에게 음식 먹일 돈이 떨어져 망연자실하던 신시아 브라운(40)은 카운티 보건소에서 비밀 산타로부터 100달러짜리 지폐를 건네받았다.

거리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100달러짜리 지폐를 나눠주는 비밀 산타들이 불황으로 더욱 추워진 미국의 겨울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고 AP통신이 6일 전했다. 비밀 산타들은 모두 9명.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와 캔자스시티,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도 새 비밀 산타가 생겼다. 하지만 이들의 이름과 직업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

이들이 비밀 산타가 된 것은 캔자스시티 자선사업가 래리 스튜어트를 기리기 위해서다. 스튜어트는 케이블 TV와 장거리 전화 사업으로 번 돈을 1979년부터 거리에서 만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다가 2007년 1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이 일에 쓴 돈은 모두 130만 달러(약 19억원). 9명의 비밀 산타 중 한 명은 스튜어트의 친구다. 그는 “스튜어트가 죽기 전 더 이상 이 일을 못해 안타깝다며 내 손을 꼭 잡았다”며 “그를 추모하기보다는 좋은 뜻이 널리 퍼지길 바라 그의 자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트의 친구는 “누구나 친절한 말 한마디, 격려의 제스처, 그리고 도움의 손길을 건넬 수 있다면 비밀 산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앞으로 비밀 산타를 미국 50개 주 전체에 만드는 것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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