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 앞바다에서 20t급 영진호의 선원이 33㎞ 떨어진 먼바다에서 잡아 올린 500여 ㎏의 멸치·물메기·오징어를 정리하고 있다. 5일 만리포해수욕장에서는 자원봉사자와 주민 등 1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해안 유류 유출 사고 1년(12월 7일) 계기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폭설로 대부분 취소됐다. 김태성 기자
높이 4∼5m의 파도와 초속 14m의 바람을 뚫고 2시간30분쯤 가자 신진항에서 남서쪽으로 33㎞ 떨어진 어로작업 현장에 도착했다. 항해 중 기름 피해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고 후 항구에서 수십㎞ 떨어진 바다에도 떠다녔다던 타르 덩어리는 자취를 감췄다.
영진호는 그물을 바다에 설치해 두고 매일 새벽에 수산물을 잡아오는 ‘안강망’ 방식의 어로작업을 시작했다. 선원들이 길이 20여m의 그물을 건져 올리자 갑판 위는 순식간에 500여㎏의 멸치·물메기·오징어로 뒤덮였다. 선원 조금석(60)씨는 “요즘은 멸치가 많이 잡힌다”고 귀띔했다. 선장 이씨는 “1년 전 기름띠로 뒤덮여 새까맣던 바다를 돌이켜보면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그때는 적어도 3∼4년 동안 물고기를 구경도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름 유출 사고 이전까지 이씨는 한달 평균 6∼7t의 어획량을 올려 매월 2000여만원을 벌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이후 75일간 조업을 하지 못했다. 수협 어판장은 문을 닫았다. 도매상들도 수산물 매입을 포기했었다.
올해 2월 말 조업이 재개됐지만 1∼2개월간 어획량은 예전의 3분의 1에 불과한 한달 평균 2t에 그쳤다. 요즘은 물고기가 차츰 되돌아오면서 4t가량 잡는다. 이씨는 “사고 전보다 어획량이 30% 이상 준 데다 기름값 인상 등으로 한 달 수입이 1000만원 이하로 줄었다”며 “그나마 기름 유출 후유증이 빨리 사라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산물 경매가 열리는 신진항 수협 위판장도 정상을 되찾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경매에서 영진호는 오징어와 물메기를 한 상자(15㎏ 기준)에 2만5000∼3만원에 팔았다. 정시구 경매팀장은 “어선별로 어획량이 30∼40% 떨어졌지만 사고 직후 상황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이곳 위판장에서 거래된 수산물은 3309t. 지난해 같은 기간(5677t)에 비해 40% 줄었다. 태안 안강망협회 최규만(58) 회장은 “어로작업 비수기인 겨울이 지나면 신진도항은 완전히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온 국민의 성원이 있었기에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기름 피해 해변 바닷물의 총석유계탄화수소(TPH·석유성분) 농도는 기준치(10ppb) 이하인 평균 3ppb였다. 굴의 유해물질(PAHs·석유에 포함된 발암물질) 농도는 48ppb로 사고 이전(2001년 42ppb)과 비슷했다.
태안=김방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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