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일문학세미나 참석 니시오카 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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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윤동주시인은 일본의 식민지시대 말기 일본에서 ‘죽임을 당한’시인입니다.일제에 대한 저항시인으로서 이육사와 나란히 하는 시인이기도 합니다.윤동주는 특히 우리 집에서 불과 3백m밖에 떨어지지 않은 후쿠오카 감옥에서 옥사(獄死)한 것이 제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그래서 그 시인을 죽인 후쿠오카 사람들이 모여 그의 시세계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민족시인 윤동주(1917~1945)의 52주기 기념 한·일문학세미나(본지 2월16일자 25면 참조) 참석차 한국에 온 니시오카 겐지(西岡健治·후쿠오카현립대교수·사진).그는 식민지의 젊은 시인이 무엇을 위해,왜 해방을 눈앞에 두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 후쿠오카의 감옥에서 죽어갔는가를 알기 위해 윤동주시에 20여년전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그리고 지난 94년 11월에는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 시인·교사·주부·대학생등 35명과 함께‘후쿠오카-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을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모임은 한달에 한번씩 모여 윤동주 시 한 두편씩을 꼼꼼히 읽고 끝없는 토론을 통해 시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해오고 있다.이들은 또 95년 2월14일 윤동주 옥사 50주기를 기념해 한국문인 50여명과 함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추모위령제를 지내기도 했다.

“일본인과 한국인은 아직 근대사에 대해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기는 힘듭니다.그럼에도 우리는 윤동주 시를 통해 20여차례나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입니다.윤동주는 어떤 암울한 시대라도 자포자기나 도피하지 않고 ‘별’을 통해 근본적인 희망을 노래해왔습니다.이런 노래는 지상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시대와 민족을 가로질러 윤동주의 시가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니시오카는 윤동주의 시와 그의 죽음의 의미를 통해 우리가 진정한 이해와 사랑으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그가 별과 바람과 하늘을 통해 현실의 암울함을 초월했듯 민족을 초월해서.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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