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신의 못생긴 여자는 없다] 약간 들창코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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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가 크고 작은 것은 석수장이 손에 달렸다’는 우리네 속담이 있다.

얼마 전 이런 말을 실감케 하는 일을 경험했다. 얼굴을 거의 가리다시피 한 여성이 진료실을 찾을 때는 뭔가 사연이 있는 것이다. 마스크를 벗으니 코가 하늘을 향해 들려 있다. 들창코라고 하기엔 여러 차례 의사의 손을 거친 것이 분명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코 성형 하면 높이는 것이 전부인 시절이 있었다. 실리콘을 넣어 강제로 코를 올리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실리콘은 종종 주변 조직과 이물 반응을 보인다. 구축성 막이 생겨 조직이 엉겨 붙는 흉터를 만든다. 실리콘을 들어내도 코의 내부에서 연골이 유착돼 코가 변형된다. 홍씨의 코를 들여다 보니 예상했던 대로였다. 연골이 유착돼 가뜩이나 짧은 코 길이가 더 짧아져 들창코가 된 것이다.

사실 아름다운 코는 약간 들창코에 가깝다. 입술과 코끝의 각도가 95∼105도를 이루고, 앞에서 보면 콧날개가 갈매기 날개처럼 생겨 콧속이 약간 드러나야 한다. 또 양쪽 콧방울의 폭은 입술의 3분의 2를 넘지 않고, 반듯한 콧날에 코끝은 약간 동그스름해야 예쁘다.

이렇게 까다로운 기준을 맞추다 보니 코 성형 기법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기둥을 세우고, 짧은 코를 길게 늘이며, 콧방울을 좁히는 등 한 번 수술에 세 네 가지 기법을 구사한다. 이 경우 수술 시간만도 두세 시간이 족히 걸린다.

코끝이 뭉툭한 복코라도 구조를 보면 사람마다 다르다. 살이 두툼한 대신 연골이 작은 사람, 연골과 살집이 모두 큰 사람 등 다양하다. 그러니 수술법이 같을 수 없다. 게다가 귤 껍질처럼 피부가 두꺼운 사람은 얇게 만드는 작업을 별도로 추가해야 한다. 콧대가 휜 경우도 보형물만 단순히 집어넣어서는 곤란하다. 휜 정도가 심하면 비중격 연골(콧속을 세로로 분리하는 차단막)까지 바로잡아야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홍씨에겐 특별한 기술이 접목됐다. 짧은 코 길이를 늘리기 위해 콧속의 아래위 연골 사이를 벌렸다. 기술의 핵심은 이 연골이 다시 유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중격 연골을 일부 떼어내 가로 버팀목을 해줬다.

코 성형의 재수술 빈도는 10∼20%나 된다. 재수술을 받기 위해 본원을 찾은 286명의 환자를 분석했더니 32.2%가 코끝 모양에 불만을 나타냈다. 다음은 비근부(양 눈 사이 코가 시작되는 부위)가 높거나 낮은 경우가 15%, 코가 휘어 보인다는 환자가 14.3%, 보형물 이탈이 13.6%였다. 환자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난도가 높은 수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코 성형은 종합예술이 됐다. 단순히 코를 높이는 수술에서 이젠 섬세하게 조각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예의 속담이 실감나는 것이다.

김수신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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