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씨 피격 제2테러 조심 불안한 귀순자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한영(李韓永)씨 피격사건과 관련,귀순자들은 경악을 금치못하면서 뒤숭숭해 한다.

귀순자들은 사건발생후 친분이 있는 동료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사건의 파장을 논의하는 한편 제2의 테러가능성을 점치며 서로“조심하라”는 당부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전적으로 김정일(金正日)의 직접지시거나,최소한 김정일의'진노'를 헤아린 강경파의 소행이라고 단정한다.

특히 귀순후 계속 공개강연이나 방송출연등을 통해 김정일이나 북한체제를 비난,'얼굴이 팔린'귀순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일부 귀순자들은 언론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기피하는 중이다.

지방 인민회의 간부로 있다 94년 귀순한 J씨는 이따금 살해위협 전화를 받았는데 李씨 피격사건으로 더욱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옛소련 벌목장 북한대표부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지난 91년 귀순한 강봉학(38.용인에서 식당 경영)씨는“북한의 테러 가능성이 1백%”라고 주장했다.이한영씨가 그의 저서에서 북한 김정일의 명성과 권위를 짓밟은 만큼 김정일과 그 일파가 잔뜩 별러왔을 터이고,그럴 경우 사회안전부등은 대상자의“목을 따오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95년 귀순한 북한 농업전문가 이민복(40)씨는 테러시기가 김정일의 생일(16일)을 하루 앞두고 벌어졌다는 사실등에 미뤄 일부 충성파들이 김정일의'생일선물'마련을 위해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했다.

89년9월 귀순한 당시 북한군 소위 김남준(36.기아자동차 근무)씨는“황장엽(黃長燁)북한 노동당비서 망명신청등 최근의 상황으로 보아 북한측이 귀순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테러를 가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金씨는“북한의 생리로 보아 제2,제3의 테러 가능성이 농후하다”며“정부가 귀순자들의 안전.보호에 좀 더 각별히 신경을 써줄 것”을 호소했다.

귀순자들은 또 북한의'테러실력'을 감안할때 이번 사건같은 것은'식은죽 먹기'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이 사건이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라 전망한다.

J씨는“설사 지문.머리카락등 흔적이 발견되더라도 당국이 보유한 파일에는 없을 가능성이 커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치를 떨고 있다. <안희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