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 록.팝 혼합 정통 샹송 실종-프랑스 대중음악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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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근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 음악인들의 내한공연은 미국 팝송에만 쏠려있는 우리 대중음악의 환경에서 색다른 대중음악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나 실제 프랑스에서 나오는 음악의 극히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프랑스 전통의 대중음악인'샹송'이라는 이름은 국내에서 화석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한공연을 한 엘자.파트리샤 카스등과 미모도 뛰어난 바네사 파라디.프랑스 갈등 현재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프랑스 여가수들의 음악은 대중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에디트 피아프,이브 몽탕등의 정통'샹송'가수로는 분류하기 어렵다.

이들의 음악은 불어권에서도 전형적인 팝 또는 포크 음악으로 여겨지고 있고 영어권에서도 '샹송'이라기보다'프렌치 팝'으로 불린다.엘자 스스로도 자기 음악을 포크 음악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불어권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캐나다 퀘벡 출신 셀린 디옹이나 벨기에 출신으로 열광적인 내한 공연을 펼친 바 있는 장 자크 골드만은 명실상부한 팝 또는 록 음악이다.

노래하는 것이 곧 시를 쓰는 것인 자크 브렐.르주 브라상스.조르주 무스타키등의 정통 샹송들은 전혀 다른 계열이라 할 수 있다.

60년대부터 변함없이 가장 포크 음악에 가까운 샹송을 들려주고 있는 프랑시스 카브렐의 음악도 프랑스 청소년들에겐 이미 지나간 음악으로 여겨진다.

환갑이 다 됐어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조니 할리데이가 국민적인 문화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해도 60년대 로큰롤 음악의 맥에 닿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30,4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샹송은 점차 화석화돼가는 가운데 영어권 음악으로부터 강력한 위협을 받는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불어권 신세대들은 과거의 화려한 노래 전통보다 힙합 댄스 음악과 올터너티브 록에 심취해 있다.

이름에서부터 욕설을 담고 있는 랩그룹'NTM(Niquez ta mere)'등의 예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고유의 랩음악이 아랍.아프리카 이주민들의 빈민지대를 진원지로 새로운 프랑스의 하위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또 저항적인 사회비판을 적나라하게 내뱉고 있는'마노 솔로'등의 좌파 대중음악도 우파정권의 실정에 힘입어 대거 득세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다양한 프랑스 대중음악들이 영어권 음악에 밀리고 있는 결정적인 약점은 프랑스어가 불어권 이외의 지역에선 극소수 팬들에게만 이해된다는 것이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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