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엔트리 아이템’이 뜨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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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프라다 매장. 입구 바로 앞 선반에 자그마한 곰돌이 인형이 달린 휴대전화 줄 10여 개가 조르르 걸려 있었다. 한 개에 10만원. 가방 하나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이 브랜드에서 가장 싼 제품이다. 점원은 “가격이 부담 없어 대학생들도 많이 사 간다”고 말했다. 프라다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 제품 3000여 개를 이탈리아 본사에서 주문했다.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수량이다.

직장인 배혜경(32)씨는 최근 에르메스 매장에서 30만원대 도금 목걸이를 샀다. 그는 “수천만원짜리 가방을 살 형편은 안 되지만 목걸이만으로도 에르메스를 갖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의 엔트리아이템(입문 제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명품시장이 확대되며 상류층과 대중의 수요가 함께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선물용 엔트리아이템 마케팅이 뜨겁다.

◆엔트리 마케팅 강화=적극적으로 엔트리 마케팅에 나선 브랜드는 프라다. 연말을 앞두고 부유층 고객들에게 홍보물을 발송할 예정이다. 카탈로그엔 인기 아이템인 곰돌이 휴대전화 줄이나 ‘트릭’이라 불리는 만능고리가 강조돼 있다. 구찌는 열쇠고리용 캐릭터 ‘올리’를 다양하게 준비했다. 최근엔 줄무늬 끈으로 된 8만원대 휴대전화 줄 종류를 늘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작은 소품까지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정 수입되는 열쇠고리는 보통 사흘이면 품절될 정도”라고 말했다. 에르메스도 최근 현대백화점 본점 매장을 확장해 열며 스카프·넥타이·벨트라인을 강화했다. 에르메스코리아 김주연 홍보실장은 “엔트리아이템 매출이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신장했다”고 전했다.

◆불황에 ‘립스틱 효과’ 분석도=엔트리아이템 시장이 커지는 것은 명품시장에 젊은 고객이 늘어서다. 20, 30대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의 스테디셀러인 가방·신발뿐 아니라 좀 더 생활에 밀접한 아이템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것. 삼성패션연구소 노영주 책임연구원은 “젊은 고객 비중이 큰 일본에선 아기 턱받이부터 팔찌까지 다양한 소품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우리나라 엔트리 시장도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경기 침체기에 흔히 나타나는 ‘립스틱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를 줄이는 여성들이 값싼 립스틱으로 대리만족을 얻듯 비싼 가방을 살 수 없는 이들이 소품류를 사 모은다는 얘기다. 한 백화점 명품 바이어는 “환율 때문에 대부분의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는 대신 엔트리아이템 가짓수를 늘렸다. 실제로 20대 여성 소비자들을 붙잡아 두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유아용품·가정용품으로까지 엔트리아이템 종류가 다양해질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 명품 담당 채정원 바이어는 “상류층 고객은 집에서 쓰는 수건·그릇까지 명품 브랜드 제품으로 채우려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명품 브랜드 저변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엔트리 아이템(Entry Item)=처음 명품을 장만하는 고객들이 보통 고르는 저렴한 제품군을 말한다. 지갑·벨트·스카프·휴대전화 줄 등 50만원 미만의 제품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엔트리아이템으로 명품 브랜드를 접한 뒤 핸드백→의류→보석류로 구매 범위를 넓히는 것이 통상적인 명품 구매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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