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거위 가슴털이 고급 … 수입 점퍼 100만원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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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가볍고 따뜻한 패딩 의류는 불황에도 잘 나간다. 가격 대비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겨울철 외투의 대명사인 모직 코트를 보자. 기본 가격은 아무리 대중적인 브랜드라 해도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패딩 의류는 거위 가슴털 같은 고급 소재를 채운 것도 여름철 예약 판매 등을 통해 알뜰 구매하면 10만원 안팎에 살 수 있어 인기다.

패딩 의류에도 명품은 있다. 프랑스의 ‘몽클러(moncler)’가 대표적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조끼류가 59만원, 점퍼류는 대개 100만원대에서 시작한다. 국내 판매제품 중 가장 비싼 것은 400만원 정도다. 수입품이라 거품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지 가격도 비슷하다. 점퍼 종류는 유럽에서도 600유로(약 114만원)가 기본이다.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소개된 지 1년 만에 패션 리더들 사이에 ‘짝퉁’ 바람이 불 만큼 인기다.

1933년 설립된 몽클러는 프랑스 군대에 스키 장비를 비롯한 금속용구를 납품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 뒤 사업 영역을 넓히며 스키선수나 산악 탐험가용 의류와 장비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52년 거위털을 넣은 패딩 재킷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것도 몽클러다. 미국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는 이보다 늦은 69년 북미 대륙에 다운 점퍼를 소개했다. 몽클러가 패션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80년대 후반이다. 프랑스의 패션잡지 ‘마담 피가로’는 88년 편집장과 기자 전부가 몽클러의 다운점퍼를 입고 독자들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당시 몽클러의 디자이너는 샹탈 토마스로 지퍼 대신 단추를 달고 다운 점퍼에 모피를 두른다거나 화려한 새틴 소재를 쓰면서 눈길을 끌었다. 발렌시아가나 준야 와타나베 같은 걸출한 패션디자이너도 패딩 의류를 몽클러와 협력해 디자인하면서 성가를 높였다.

몽클러의 패딩 의류는 프랑스 서북부 브르타뉴산 거위 가슴털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오리털 파카에 쓰이는 나뭇잎 모양의 깃털이 아니다. 사방에 보송보송한 잔털이 꽂혀 있는, 민들레 씨앗 모양의 깃털이 특징이다. 몽클러의 디자인 관계자는 “재킷 표면의 넓이와 안에 들어가는 깃털 양의 최적 비율을 맞추는 게 기술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깃털을 많이 채운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살리면서도 최적의 보온성을 유지하는 우리만의 공식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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