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반토막, 수요 주춤 … 기로에 선 반도체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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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반도체 업계가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데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수요가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반도체 업체는 앞으로 회사의 생사를 점칠 수 없는 위기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독일의 D램 반도체 제조업체 키몬다가 내년 초 현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만간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키몬다는 이날 예정됐던 4분기(회계연도 기준, 7~9월) 실적 발표마저 이달 중순으로 미뤘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줄어든 4억7600만 유로(약 8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키몬다의 대주주인 인피니온의 피터 바우어 CEO는 연방정부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마이클 글로스 독일 경제장관을 만났다고 외신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키몬다뿐 아니라 대부분의 메모리 제조업체들은 올 들어 분기당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3분기에 2400억원의 흑자를 본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을 제외하고는 하이닉스 4600억원, 마이크론 3억3800만 달러(약 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만 업체들은 파워칩이 5800억원 매출에 5900억원의 손실을, 난야가 4500억원 매출에 3500억원의 손실을 내는 데다 물건을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형편이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반도체 가격 약세 때문이다. 대만의 반도체 중개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512메가비트(Mb) D램의 경우 현물가격이 올 들어서만 65%나 내렸다. 최근 주력제품으로 떠오른 1기가비트(Gb) 제품도 장기 공급가격 기준으로 8월에 개당 2.25달러였으나 지난달에는 1.19달러로 반토막 났다. 현재 이 제품의 현물가격은 0.7달러 수준이어서 장기 공급가격도 이달 중 1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낸드플래시 역시 8Gb MLC 제품 기준으로 가격이 1년 만에 4달러에서 1.4달러로 주저앉았다.

이렇게 가격이 내렸는데도 경기 침체로 수요가 늘어날 기미가 없다는 게 문제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2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반도체 산업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며 “D램 매출은 257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6% 줄어들면서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낸드 매출도 126억 달러로 13%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내년에도 D램과 낸드 매출이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업체 간에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JP모건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해처럼 50% 이상 하락한다면 올 3분기 말 기준 1조원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닉스는 내년 4분기께 보유현금이 마이너스 1억1700만 달러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일본 엘피다의 보유 현금은 마이너스 13억2900만 달러, 대만 프로모스와 미국 마이크론도 각각 마이너스 17억200만 달러와 3억7900만 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점쳤다.

결국 내년 초부터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문을 닫게 돼야 반도체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산은 연구소 김형석 선임연구원은 “시장의 예상대로 내년에 메모리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생기면 2010년에는 반등할 수 있다”면서도 “최근 대만에 이어 독일 정부도 자국 업체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검토하고 있어 이 시나리오대로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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