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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하 기자의 주주클럽] 미확인 인터넷 정보 계속 믿으시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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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은 『80일간의 세계일주』 『해저 2만 리』 같은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다. 그가 세상을 뜬 지 100년이 넘은 지금도 그의 작품은 여전히 인기 있다. 일부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올해도 『지구 속 여행』을 각색한 할리우드 영화가 나왔다.

그러나 그가 작가로 성공하기 전 주식 중개인 겸 애널리스트로 6년간 일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자기 직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은 그가 과학·모험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기술과 산업에 관한 지식을 섭취하는 보고였다. 그 당시에도 온갖 정보가 증시에 모였기 때문이다.

요즘 증시의 정보 유통 속도는 그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다. 1등 공신은 국내외 주요 정보를 실시간으로 쏟아내는 인터넷이다. 이는 곧바로 온라인 거래로 이어져 하루에도 몇 번씩 주가를 들었다 놓는다. 미국 CNBC 방송은 최근 주가 변동 폭이 커진 주된 이유가 여기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인터넷을 매개로 한 정보 혁명이 항상 긍정적인 쪽으로만 진화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올해 증시에서 벌어진 코미디 같은 해프닝을 봐도 그렇다. 지난달 11일 삼천리자전거 주가는 10% 넘게 오르다 갑자기 하한가 근처로 추락했다. 지분 6%대의 한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전부 팔았다고 공시하면서 자신을 최대주주라고 잘못 적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인터넷에 오르자 삽시간에 최대주주가 회사를 팔고 떠난다는 악재로 둔갑했다. 한 시간 뒤 해당 주주가 황급히 실수를 바로잡았지만 주가는 전날보다 6% 넘게 떨어졌다.

4월에는 3년 연속 적자를 낸 코스닥 종목이 개장 6분여 만에 상한가로 뛰는 이변이 연출됐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공개된 공직자 재산등록 현황에서 이 회사 주식이 있다고 밝힌 게 인터넷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 시간쯤 뒤 이 대변인이 “재산 신고 후 큰 손해를 보고 다 팔았다”고 해명하자 주가는 곤두박질했다.

그나마 근거라도 있는 이 정도는 양반이다. 최근엔 정보를 빙자한 뜬소문마저 기승을 부린다. A건설이 부도 위기에 몰려 고금리 사채를 끌어 썼다거나 B그룹이 핵심 계열사를 모두 내다 팔기로 했다는 식이다.

요즘처럼 시장이 불안할 때는 뭐가 진짜 정보고, 뭐가 헛소문인지 분간하기 매우 어렵다. 이럴 땐 눈 질끈 감고 무시하는 게 정답이다. 뜬소문 한두 건에 힘없이 쓰러질 회사라면 아예 지금 파는 게 낫다. 그럴싸한 정보를 가장한 흉흉한 소문이 한동안 더 시장을 떠돌 테니 말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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