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산성화 10~20배 빨라져 홍합 껍데기가 녹아 없어질 정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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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바닷물의 산성화가 기존 예측보다 적어도 열 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이 2000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북서부의 태평양 해안에서 바닷물을 분석한 결과다. 기존의 기후변화 모델이 예측했던 것보다 10~20배나 빠르게 산성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미국 국립과학원저널(PNAS) 최신판을 통해 발표되자 25~27일 내셔널지오그래픽·BBC 등 외신들은 주요 뉴스로 일제히 보도했다.

연구팀은 “거대한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대량 흡수하더라도 산성화의 진행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는 기존 예상을 깨는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또 “ 기존 모델에 따르면 100년간 진행될 산성화 변화 수준이 불과 8년 만에 일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권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바다의 산성화 속도가 증가한다는 것이 과학자의 정설이다.

시카고대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를 위해 미국 워싱턴주 해안의 타투시 섬 부근에서 30분마다 한 번씩 바닷물을 채취해 산성도·염도 및 온도를 측정했다. 또 인근 해역 해양생물(따개비·해조류·홍합)의 건강도를 조사했다. 홍합의 경우 탄화칼슘 성분인 껍데기가 산에 노출되면서 약해지거나 녹아 없어지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연구자인 캐서린 피스터 시카고대 교수는 “바다가 급속히 산성화되면 산호와 조개의 생육이 방해받는 등 바다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연구자인 티머시 우튼 교수는 “따개비 역시 석회화된 껍데기를 갖고 있음에도 홍합이 떠난 자리에서 번성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이는 생태계의 경쟁 원리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결국 산성화된 바닷물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바닷물 산성화의 주범을 온실가스로 꼽는다. 바다는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산을 만드는 등 지구의 탄소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티머시 교수는 “여러 변수를 검토한 결과 바다의 산성도와 지속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보인 변수는 오로지 이산화탄소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해양 생태계 교란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포항공대 이기택 교수는 2004년 미국·일본·호주 등의 공동연구팀과 함께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난 200년간 대기 중에 방출된 이산화탄소의 절반가량이 바다에 녹아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바 있다.

이 교수는 “바다의 산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조사 지역·대상이 육지와 가까운 연안이어서 이번 결과를 바다 전체로 일반화하려면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연안은 원양보다 이산화탄소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머시 교수도 “더 넓은 해역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는 바다의 산성화 과정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며 더 큰 규모의 조직화된 측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j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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