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선수촌장 중국 여성의‘맏언니’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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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라의 맏언니나 어머니 역할은 대통령, 총리 또눈 왕비가 맡는 게 국제적인 관례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부인 류융칭(劉永淸)이 아닌, 전국부녀연합회(부련·婦聯) 주석이 맏언니다. 전국 여성의 대표 역할이다.

중국에서는 여성을 ‘반볜톈(半邊天-하늘의 반쪽)’이라고 한다. ‘여성은 능히 천하의 반을 담당할 수 있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말에서 나왔다. 그만큼 여권이 남권 못지 않은 사회가 중국이다. 부련의 힘이 막강한 이유다.

지난달 제10기 부련 전국대표대회에서 새 주석에 선출된 천즈리(陳至立·66·사진)는 역대 중국의 맏언니 가운데서도 유별난 존재다. 중국 언론들이 앞다퉈 그와 인터뷰를 하는 이유다.

그가 독특한 이유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럿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부련 최초의 ‘국무위원을 지낸 주석’이다. 국무위원은 ‘선임 장관’격이다. 장관과 부총리 사이의 직급이다. 그는 중국 최초의 여성 교육부장을 맡기도 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올림픽 선수촌장이었다. 중국이 올림픽을 처음 치렀으니 이 역시 ‘최초’의 대열에 들어간다.

경력도 화려하다. 그는 학자였다. 여성으로선 드물게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 초 유학을 떠나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의 연설이 유난히 명료한 건 전공 덕분인지 모른다. 다음엔 부장(장관)과 국무위원이다. 부장으로 5년, 국무위원으로 5년, 도합 10년간 교육을 총괄했다. 현대 중국 교육의 틀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 다음이 ‘지구촌 관직’인 촌장이다. 그리고 마침내 중국의 맏언니 자리를 맡게됐다.

그가 성공을 원하는 후배 여성들에게 주고 싶은 말은 딱 두 가지다. 첫째는 ‘여성임을 소중히 여기되, 여성임을 잊어라’이다. 시야와 사유, 그리고 도량은 넓히고, 어려움과 고통, 굴욕에 대한 두려움은 떨쳐내라는 주문이다. 둘째는 ‘일에 몸과 마음 전부를 던져라’이다. 그는 “나는 무슨 일을 하든 진심으로 그 일을 좋아했고, 몸과 마음 전부를 던졌다”라고 말했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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