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이라면 엄청나게 큰 돈이지만 한보사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6조원이라는 돈은 국민희생과 노력으로 그럭저럭 메울 수도 있고 우리 경제에 다시 불이 붙으면 그 이상으로 얼마든지 만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보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도덕성의 위기요,신뢰의 붕괴다.문민정부에 대해 가졌던 신뢰의 마지막 한 선(線)이 한보사태로 무너졌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작년말 국회날치기로 신뢰의 큰 한 덩어리가 뭉턱 날아가고 기자회견으로 또 한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지만 그래도 청렴.도덕성에 있어서만은 과거정권과는 다르겠지 하는 한가닥 기대가 남아 있었는데 한보사태는 그것마저 날려보내고 말았다.91년 수서(水西)사건이 노태우(盧泰愚)정권 부패의 극치라고 하지만 지금 한보사건은 그보다 크면 크지 작지는 않으리라는 예감이다. 사람들은 이번 사태의 초기부터 벌써 결과를 예상하고 있다.…필경 전.현(前.現)은행장 몇사람,여야의원 몇사람을 구속하겠지,일부 고위공직자의 구속도 있겠지,그리고 PK검찰이 PK를 봐준다는 말이 많으니 구속자중에 PK 한두명을 끼워 넣겠지,그리고는 사건은 끝났다 하고 나오겠지… 사람들은 이미 수사가 시작되자 마자 이런 예상들을 하고 있다.6년전 수서사건때도 그랬으니까.그때 대통령도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했고 지금 대통령도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했다.그때 믿지 않았 던 것처럼 지금도 믿지않는다는데 문민정부의 비극이 있다. 사람들은 이미 정태수(鄭泰守)씨가 몇년형(刑)을 살지,은행장누가 구속될지는 관심도 없다.흥미거리로 정치인중에 누가 걸려드느냐는 호기심은 많지만 정치인 몇몇 구속으로 사태가 해결되리라고 믿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원하는건 진실이다.누가 과연 그렇게 짧은 기간에 그렇게 큰 돈을 한보에 집중대출하게 해줬는가 그 진실을 알고 싶어 하고 그 진실에 바탕한 절실하고 진지한 책임감과,반성과,참회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태초기부터 진실의 목소리는 없었다.정부.여당이 권력형 비리는 아니라느니,유언비어라느니 하고 외치지만 여기에 진실이 배어있다고는 누구도 느끼지 않는다.경제부총리와 장관과 수석이 미리 짜기라도 한듯 어느날 신문에 일제히 인터 뷰가 나왔지만 그들은 한결같이.나는 아니오.나는 책임없소'하는 말 뿐이었다.5조원의 거액을 쏟아부은 국가기간사업이 파탄에 빠졌다면 그들중 누구라도 사태에 대한 종합설명을 하고 정부의 책임과 대책을 밝힐 법도 했건만 모두 정부와는 전 혀 관련도 없다는듯 발뺌하는 말 밖에 없었다.위기에서 사람의 진면목이 나온다는데 남자답지도,공인(公人)답지도 않게 모두 꽁무니를 빼는 모습을 보면 이 정부에 과연 사람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다. 정부가 아무리 말을 많이 하고 수사를 열심히 해도 사람들이믿지 않으면 한보사태는 수습될 수 없다.많은 사람들이 1년쯤 지나야 진실을 알 수 있으리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다음 정권에서 청문회가 열려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집권측은 상황을 똑바로 봐야 한다.과거 수서사건때처럼 아무도 믿지 않는 결론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된다.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날치기도 과거엔 적당히 넘어갔지만 이젠 그냥 넘어가지 못함을 보았지 않은가. 이제라도 민심을 정확히 읽고 진실에 입각해서 말해야 한다.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아는 것 같지 않다.지난주 청와대비서실장이기자를 만난 기사의 큰 제목이.대통령께 민심동향 보고'라는 것이었다.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민심동향을 보고한다 는 것이 그렇게 큰 뉴스로 간주되는 자체가 대통령과 민심의 거리감을 말해주는 반증이다. 밖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야 하고 여기에 회답을 보내야한다.국민은 원하는 회답을 반드시 듣고야 만다.그것은 바로 김영삼(金泳三)정부가 보여준 일이었다.과거 盧정권은 수서사건때 국민이 원하는 회답을 보내지 않았지만 金정부의 盧씨 재판회부로국민은 결국 원하는 회답을 받아냈다. 고통스럽더라도 지금 회답을 보내는 것이 정부 자신과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대통령부터 직접 회답을 보내야 한다.자기 혼자 한푼도 안 받은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자기밑에서.부정부패의 표본'이 일어나면 자기책임일 수밖에 없다.빨리 털건 털고,인정할건 인정하고 자를 건 잘라야 한다.사람들을 믿게 하는 한가지라도 당장 해야 한다. (논설실장)
<송진혁칼럼>사람들을 믿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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