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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라, 견뎌라, 내일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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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39년부터 1945년까지 6년간 계속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대학살, 즉 홀로코스트로 약 11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빅터 프랑클은 체코슬로바키아의 테레지엔슈타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독일의 카우페링과 튀르크하임 등 죽음의 수용소를 무려 네 군데나 거치고서도 살아남았다. 그가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살아야 할 의미’를 잊지 않고 견뎠기 때문이다. 자기 미래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사람은 더 이상 살 수 없다. 하지만 ‘살아야 할 의미’를 가지고 견뎌낸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뚫고 다시 미래를 만든다.

# 1972년 10월 13일의 금요일. 우루과이의 올드 크리스천스 럭비팀 45명은 비행기를 타고 칠레로 날아가던 중 안데스산맥에 추락하고 말았다. 추락 당시 13명이 즉사하고 눈사태로 8명이 더 사망하는 등 결국엔 16명만이 살아남았다. 영하 30도의 극한지대에서 그들은 동료 사망자의 인육을 먹으며 버텼다. 살려면 구조를 요청해야 했다. 난도 파라도와 로베르토는 눈 덮인 산을 타기 위한 어떤 장비도 없이 그저 몇 벌의 옷을 겹쳐 입고 운동화를 신은 채 해발 5000m의 겨울 안데스를 넘어 100㎞를 걸어서 극적으로 구조 요청에 성공했다. 덕분에 안데스 산중에 남아 있던 동료 선수들도 모두 구출됐다. 그들은 72일의 사투 끝에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 생환자 파라도는 말한다. “안데스 산중에서 우리는 심장의 한 박동에서 다음 박동으로 근근이 이어가면서도 삶을 사랑했다. 놀랍게도 그 순간 인생의 매초 매초가 선물임을 깨달았다. 나는 생환 이래 그 처절했던 순간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애썼고, 그 결과 내 인생은 더 많은 축복으로 채워졌다. 그때의 경험에서 말한다. 숨을 쉬어라. 다시 숨을 쉬어라. 숨을 쉴 때마다 너는 살아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너의 존재를 사랑하라.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라. 단 한순간도 허비하지 말고!”

# 머라이어 캐리의 히트곡 ‘히어로(Hero)’를 다시 들어본다. “…견뎌내야 해요/내일이 올 테니까요//때가 되면/당신은 길을 찾을 거예요//그때 영웅이 다가와/살아갈 힘을 주지요//그러면 당신은 두려움 따윈 내던져버리고/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요//그러니 희망이 사라졌다고 느껴지면/자신의 내면을 보고 강해지세요//그러면 당신은 결국 진실을 보게 될 거예요/당신 안에 영웅이 존재한단 것을.”

# 그렇다. 견뎌내야 한다. 오늘이 아무리 힘들고 버거워도 포기하지 말고 버티며 견뎌라. 지금 포기하고 무너지면 당신 안의 영웅은 영영 빛을 못 보고 죽는다. 당신 안의 영웅이 놀랍게 빛을 발할 내일을 포기하지 마라. 지금을 버티고 견뎌 당신 안의 영웅을 살려내라. 스스로에게 외쳐라. “버텨라. 견뎌라. 내일은 온다!”고. 그때 오늘의 견딤이 곧 내일의 쓰임이 되리라.

정진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