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내가 선장 됐지만 배 아직 안움직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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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성장 우선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李부총리는 21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물가가 불안해지고 있지만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고유가 등 비용요인에 의해 물가상승 압력이 서서히 나타나지만 시장에서 이를 적극 흡수해야 한다"면서 "현 상황에서 절실한 것은 물가관리보다 적절한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李부총리는 "그동안 투자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연간 창출되는 새로운 일자리가 현재 52만개에서 60만개 수준까지 올라서야 국민이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선장이 됐지만 그동안 무풍지대에 있었기 때문인지 아직까지 배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비유를 동원해 정책효과가 가시화하지 않는 데 대한 조급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李부총리는 "물가인상(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담은 국민.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분담해 흡수할 수 있지만 저성장은 특정 계층에만 부담이 집중되기 때문에 결국 소득불균형 등 계층 간 갈등을 확대시킬 것"이라며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인플레가 아니라 디플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정 수준의 성장과 고용을 유지함으로써 국민 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라고 못박은 뒤 "당분간 기존의 거시 경제정책의 기조나 금리.통화정책의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한편 李부총리는 이날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규제 개혁안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당부하며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달라"고 주문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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