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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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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어제 감사원의 KBS 감사 결과가 국회에 제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이번 감사가 KBS 경영과 관련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KBS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다 지적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방만한 경영과 조직의 비대화, 공영방송에 걸맞지 않은 재원구조 등 KBS가 안고 있던 문제들이 비교적 정확하게 지적된 것 같다.

문제는 KBS의 불합리한 경영.조직.재원 구조는 다른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그것은 지적된 구조적 문제들이 결국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목표와 지향성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 필요한 것은 지적된 문제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된 문제들이 함의하고 있는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BS의 방만한 경영이 방송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파생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공영방송이라는 미명하에 독립된 고유 영역으로 보호받으면서, 여기서 파생한 독점력을 바탕으로 상업 방송시장까지 팽창시켜온 결과인 것이다. 이는 감사에서 지적된 것과 같은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구조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위상을 문제없이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인 것이다. 결국 KBS라는 조직의 종사자 이익을 위해 공영방송이라는 명분으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 지적된 경영.조직의 문제점은 결국 공영방송으로서 KBS 편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방만해도 괜찮을 만큼 안정된 수익구조가 필요하고 조직이 팽창돼야만 하기 때문이다. 안정된 광고수익을 위해서는 상업방송 뺨 칠 정도로 상업적이어야 하고, 지역국 및 계열사를 끊임없이 팽창해나가야만 한다. 이러한 KBS에 구조조정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결국 KBS에 상업방송과는 차별화된 대안적인 공적 서비스를 기대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종격투기로 상징되는 몰염치한 오락성 PP진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공영성지수(PSI)에서 KBS-2TV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가 지수가 잘못돼서가 아니라는 점을 이번 감사 결과에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사들이 내걸었던 '공영방송 위기론'이라는 것이 있다. 이 위기론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다채널시대에 들어서면서 상업방송 공세로 인해 공영방송이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업방송과의 경쟁을 위해 공영방송이 상업화하면서 공적 서비스가 위축된다는 의미다.

이 중에 우리 공영방송 위기는 후자의 성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공영방송 위기 원인이 탈규제나 방송시장화와 같은 외적 요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사들의 내적 문제, 즉 상업화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사들은 외적 요인을 주로 거론하면서 자신들의 상업화 전략을 합리화해 왔다. 그것이 결국은 조직의 이익을 위한 수구적 논리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감사원 감사는 그동안 지적돼온 KBS의 경영.조직상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했지만, 공영방송의 목표와 지향성에 대한 질적 감사가 함께 이뤄지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마치 문제의 원인은 밝혀냈지만 그것이 미치는 부작용까지는 밝히지 못한 모양새다. 이를 계기로 전체 공영방송의 위상과 목표, 그리고 경영방향에 대한 본질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신문을 중심으로 언론개혁 논의가 무성하다. 그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독과점 등 문제가 산적한 방송부문 개혁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황 근 선문대 교수.신문방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