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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의 펜화기행] 지금은 사라진 동십자각의 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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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1910년 대한제국 국권을 강탈한 일제는 1년 뒤 경복궁을 조선총독부 소유로 돌리고 많은 전각을 헐어냅니다. 무려 4000여 칸의 전각을 헐어내 남은 건물이 10% 정도였습니다.

1923년 10월 경복궁에서 열리는 조선부업품공진회를 위한 도로 확장으로 담장 모서리를 잘라 동십자각이 홀로 서게 됩니다.

전차 선로가 광화문 앞에서 영추문 쪽으로 놓이면서 서십자각은 담장과 함께 사라집니다. 전차가 삼청동 쪽으로 들어갔다면 동십자각도 똑같은 신세가 되었을 것입니다.


현존하는 동십자각 옛 사진은 많은데 없어진 서십자각 사진이 없어 아쉬운 차에 우연히 귀한 사진을 얻어 펜화로 되살려 보았습니다. 서십자각은 궁궐의 권위를 살리려고 화려하고 견고하게 지었습니다.

장대석을 쌓은 축대 윗부분과 여장 사이에 당초문을 둘렀으며, 배수구인 석루조는 돌짐승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여장의 총안을 열십(十)자 모양으로 만들어 고급 문양이 되었습니다. 기둥과 창방 아래에 화려한 문양의 낙양각을 붙여 치장했습니다. 지붕 꼭대기에 올린 절병통은 연꽃 잎과 당초문 조각을 넣은 보기 드문 걸작입니다.

사모지붕의 양성마루에 용두와 잡상 7개를 배치했습니다. 현재 동십자각의 잡상이 5개로 줄어든 시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광화문을 복원하는 김에 전면 궁장을 되살리고 서십자각을 지으면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합니다.

김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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