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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얘기가 뜨거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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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는 요즘 특히 어렵다. 그중에서도 해외 상품을 다루는 여행사는 말 그대로 최악이다. 10년 전 외환위기의 악몽을 되살리는 환율 때문이다. 그 환율마저 갈피를 전혀 못 잡을 만큼 요동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상품 기획을 포기한 여행사가 여럿이고, 몇몇 업체는 부도설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여행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끝났고, 조만간 각 대학은 긴 방학을 시작한다. 청춘남녀는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끼고 해외여행을 작정하는 젊은 직장인은 해마다 늘고 있다. 살림살이가 쪼그라들었다고 온 국민이 안방에만 틀어박힐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알뜰 해외여행을 위한 갖가지 요령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내놓은 특가 이벤트다. 오래전부터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면, 불가피하게 이번 겨울에 해외여행을 떠나야 한다면, 외려 요즘이 적기일 수 있다.

손민호 기자



눈물의 상품

초저가, 특가, 한정판매…. 요즘 여행상품마다 앞에 붙는 수식어다. 말로만 싼 게 아니라 진짜로 싸다. 몇몇 여행사는 적자를 감수하고 상품을 기획한다. 현지 호텔 예약을 미리 마친 여행사의 경우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일단 사람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여행사는 중국·동남아·일본 등 아시아에 주력하고 있다. 저가 상품 기획에 유리해서다. 지금 출시되는 초특가 상품은 항공요금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 대부분이다. ‘일본여행 10년 전 가격’이란 구호를 내세운 도쿄 3박4일 자유여행 상품도 등장했다. 업계에서 ‘눈물의 상품’으로 통하는 고육지책이다.

이때도 주의사항은 필요하다. 상품 가격보다 추가로 붙는 돈(유류할증료·세금 등)이 더 많은 상품도 있다. 인터넷에서 가격만 보고 덜컥 결정할 게 아니라 여행사를 방문해 상담을 받으면 훨씬 나은 조건을 찾을 수 있다. 일부 상품은 호텔에 묵는 데도 아침 밥을 사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 지역보다 훨씬 비싼 여행지도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를 내놓았다. 대표적인 게 99만원대 스위스 4박6일 상품. 스위스 철도를 이용해 루체른·융프라우·취리히 등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상품으로 99만9000원(유류할증료 제외)이다. 비슷한 여정의 다른 상품이 170여만원(유류할증료 제외)인 걸 감안하면 말 그대로 파격가다. 웹투어(02-2222-2552)에서 판매한다. 남태평양의 뉴칼레도니아도 12월 16일까지 최대 50%의 특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내일여행(www.naeiltour.co.kr)의 149만원(유류할증료 제외)짜리 4박6일 상품이 대표적이다. 동반 1인은 무료다.

상대성 이론

요즘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해외 여행지가 호주다. 하나투어·모두투어·세계투어 등 대형 여행사가 호주를 집중 홍보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환율. 미국 달러나 엔화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지만, 호주 달러는 원화와 마찬가지로 미국 달러 대비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이로 인해 원화 대비 호주 달러의 환율은 큰 변동이 없다. 호주 상품 대부분이 지난해와 별 차이 없는 가격으로 제공되는 까닭이다. 여기에다 한국의 경제심리를 고려한 여행사들이 각종 혜택과 이벤트를 얹어 가격을 더 내렸다. 하여 호주는 올겨울 가장 뜨거운 해외 여행지다.

중국 역시 환율 피해를 덜 받는 여행지다. 상품 가격이 대부분 올랐지만 상승폭은 5만원 정도에 그친다. 반면 호주 인근의 뉴질랜드는 사정이 딴판이다. 현지 여행비를 미국 달러로 지급하므로 환율의 영향을 바로 받는다.

해외여행은 기름값에도 민감하다. 올여름 해외여행이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건 유류할증료 때문이었다. 기름값은 한창 떨어졌지만 유류할증료는 아직도 여행상품에 따라 붙는다. 이럴 땐 비행기보단 배를 타는 게 훨씬 유리하다. 물론 배에도 유류할증료가 붙지만 비행기하곤 견줄 바가 못 된다. 요즘 인기 있는 크루즈 여행은 크게 두 가지.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 규슈 지역을 다녀오는 여정과 홍콩 등 동남아 지역을 돌고 오는 동남아 크루즈다.

환율 보장제를 아시나요

하루가 다르게 널뛰는 환율 앞에서 해외여행은 난감하다. 예산 계획을 애초부터 가로막고 있어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 환율보장제다. 일본 전문여행사 여행박사(www.tourbaksa.com)가 처음 시도했다.

환율보장제는 문자 그대로 여행사가 여행자의 환율을 보장해주는 방법이다. 고객이 여행경비를 완납한 이후 환율이 폭등하더라도 추가요금을 물지 않는 제도다. 반면 환율이 내려 상품 가격도 내리면 차액을 돌려준다. 기존 여행 약관은 환율 폭등 등으로 상품 가격이 변동되는 경우 추가요금을 내도록 명시하고 있다. 여행박사 신창연 대표는 “환율보장제 실시로 여행사가 입을 손실은 약 5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만 고객의 불안한 심리를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피에스타 리조트(www.fiestaresort.co.kr) 괌·사이판은 객실 요금에 고정환율을 적용했다. 12월 19일까지 객실 요금을 달러당 1000원 고정으로 제공한다.

축제·이벤트를 노려라

전 세계 여심(女心)은 연말마다 동남아로 향한다. 연말마다 초대형 쇼핑 축제를 벌여서다. 여행가격 자체엔 변화가 없지만 덤핑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동남아 쇼핑관광은 수지가 맞는 장사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홍콩이다. 내년 2월 4일까지 열리는 홍콩 메가세일은 최대 90%까지 세일을 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도 쇼핑 축제가 벌어진다. 내년 1월 4일까지 패션 아이템부터 전자제품까지 최대 70%까지 할인해 준다.

갖가지 특별 이벤트 정보를 활용하는 것도 요령이다. 예를 들어 대만은 방문의 해(2008∼2009)를 맞아 타오위안 국제공항을 경유하는 여행객에게 ‘반나절 투어’를 무료 제공한다. 대만에 7∼24시간 체류하는 여행자라면 시티투어 버스로 타이베이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1일 2회로 진행되며, 각 투어의 참여 인원은 선착순 18명이다. 타오위엔 국제공항의 관광객 서비스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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