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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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 여자,그 정치인에게 배신당한 분통함을 인춘이라는 형에게푼 거 아냐?” 용태가 쓰러져 있는 옥정 아버지를 흘끗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옥정 아버지는 신음소리만 가늘게 내고 있을 뿐,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옥정은 잔뜩 겁에 질려 한구석에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도철이 너는 재미있는 거 없었어?” 기달이 왼쪽 정강이 쪽을 손으로 문지르며 도철을 돌아보았다. “내가 서비스한 룸에는 말이야,강남에서 제일가는 룸살롱 마담이 여자 종업원들 데리고 와서 단합대회인지 회식인지 하느라고 한바탕 야단법석을 떨었지.근데 끝내주게 얼굴 빠지고 몸매빠진 그 마담이 모르는 유명인사가 없는 거야.한국에서 유 명인사들은다 그 마담 룸살롱을 드나드는지 유명인사들 명단을 쫙 꿰고 있더라구.처음에는 그 마담이 자기 고객들 흉을 조금씩 보더니 술에 취하자 유명인사들 욕을 해가며 손버릇,술버릇들을 털어놓는 거야.종종 텔레비전에 나와 근엄하게 폼 을 잡는 어떤 유명인사는 호스티스 겨드랑이에 슬그머니 손을 집어넣어 털을 뽑아대는 고약한 취미가 있다더군.호스티스가 아파서 비명을 지르면 더 기분 좋아한다는 거야.그 사람이 룸살롱에 나타나면 호스티스들 사이에 비상이 걸리는 거지.다 들 쉬쉬해 가며 그 사람 옆에 앉지 않으려고 한대.그러다 보면 룸살롱에 온 지 얼마 안되는 신참이 걸려드는 거지.그러니까 호스티스들에겐 그 작자한테 겨드랑이털을 뽑히는 것이 룸살롱 입소식인 셈이지. 근데 그 마담 손버릇도 개판이더군.마이클 더글러스 형이 그 마담 시중을 들었는데,글쎄 그 마담이 마이클 더글러스는 자기 아버지를 닮아 턱이 섹시하다면서 그 형 턱주가리를 손으로 문지르고 비틀어대고,그 형 턱에다 반쯤 비어져나온 허 연 젖통을 갖다대고 야단이야.뾰족한 턱에 까칠까칠한 수염 감촉이 좋다나 어떻대나.젖통이 벌개질 정도로 자꾸만 문대는 거야.그 형이랑 2차로 한탕 할 때는 아예 턱으로 해달라고 보챌지도 모르지.여자들도 별별 변태가 다 있다니까.” “변태라도 그런 미인하고 한탕 했으면 좋겠다,씨팔.” 길세가 한손으로 안경을 벗고 다른한손으로 눈두덩을 문지르며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이 변태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야?” 용태가 옥정 아버지를 발로 툭 차보며 기달을 쳐다보았다.아침이 되기 전에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눈빛이었다. “어,깨어나는 것같애.재판 준비 하자구.” 기달이 관 위에 망가진 문짝을 얹어놓더니 거기에 재판장처럼 떡 버티고 앉았다.글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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