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어린 스타숭배 이야기-토니 스콧 감독 "더 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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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현대인의 우상인 스타는 팬들이 만든다.스타와 팬들의 관계는 현대 자본주의.상업주의 문화의 골간이자 힘의 원천이다. 섬기는 우상(스타)은 제각각이더라도 우리는 모두 누구의 팬들이 되고만다.합리적으로 냉정하게 보면 단지 매력적인 존재일 뿐인 스타를 흠모하고 집착하며 숭배하는 행위에는 근본적으로 광기가 담겨있다.그러한 광기가 없이는 이 숨막히는 산 업사회를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일까. 최신 비디오.더 팬'(SKC)은 이러한 광기를 극단적인데까지몰고간다. 토니 스콧 감독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리얼리티의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러한 광기를 더욱 꼬이게 만든다..더 팬'은 현대인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다뤘기에 정상적인 이야기 구성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가. 그러나 처음부터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광경이 나올 것이라고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다.영화의 시작은 현대인이 왜.팬'이될 수밖에 없는가를 신나게 설명하고 있으며 영화 내내 긴장감을더하는 한스 짐머의 음악이 교묘하게 주의를 집 중시킨다. 실직당한 세일즈맨으로 나오는 로버트 드 니로는 예의 광기 연기를 달관의 경지에서 소화해낸다.게다가 메이저리그 스타 웨슬리스나입스,라디오 앵커 앨런 바킨,스포츠 매니저 존 레귀자모의 연기는 지극히 미국적인 캐릭터들을 설득력있게 재 현하고 있다.피터 에이브럼스의 소설을 훌륭하게 각색한 인물들의 대사도 진하게 남는다. 비디오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팬들이나 드 니로의 열성팬들이 이작품을 보고 자신을 한번쯤 되돌아보는 기회가 된다면 그것도 수확이다.청소년이 보기에는 잔인한 장면도 나오지만 10대의.오빠부대'들도 스스로를 객관화시켜보기 위해.더 팬' 을 볼 필요가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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