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비리 커넥션 …‘노무현의 청와대’까지 번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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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행정관 등장=홍기옥(59·구속) 세종캐피탈 사장이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화삼(61·구속)씨와 그의 동생 광용(54·구속)씨에게 2006년 2월 제공한 29억6300만원은 정화삼씨의 사위 이모씨에게 건네졌다. 서울 모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씨는 당시에는 청와대 소속이 아니었다. 이씨는 계좌에 든 돈을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쪼개서 차명계좌로 옮겼다. 부동산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는 이듬해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임명된 뒤에도 이 돈의 상당 부분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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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씨가 문제의 돈을 관리하면서 크게 두 가지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첫째는 장인 돈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정씨 형제가 사법당국의 수사를 염두에 두고 사위에게 돈세탁과 관리를 맡겼다는 것이다. 둘째는 돈을 전달하는 역할이다. 이씨가 돈을 세탁해 누군가에게 건네는 임무를 맡았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수사팀은 이씨가 돈의 일부를 노건평씨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홍기옥씨는 검찰에서 “정화삼씨가 ‘노건평씨 몫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정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또는 다른 이권 개입과 관련해 이씨를 통해 당시 정권 실세나 청와대 고위 인사에게 돈을 제공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사팀은 이씨가 청와대 행정관이 된 경위도 파악 중이다. 장인인 정씨의 청탁으로 노건평씨가 인사에 개입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씨가 소속됐던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은 청와대의 내부 살림을 관장하는 곳으로 주로 대통령이나 정권 실세의 측근들이 근무해 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최도술 총무비서관은 불법 대선자금 모금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돼 1년3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그의 후임자인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 정상문씨는 올해 S해운 사건에 연루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됐다가 최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노건평씨 구속되나=검찰은 노씨가 세종증권이나 정씨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노씨가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홍씨 등을 소개해 준 사실만으로는 공직자가 아니므로 사법처리가 어렵다”며 “돈이나 부동산을 받았는지가 처벌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2003년 고(故)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사장직을 연임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며 3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국내 사법 사상 전직 대통령의 친형제가 구속된 사례는 두 차례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인 전기환씨가 1988년 이른바 ‘노량진 수산시장 강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동생 전경환씨도 같은 해 새마을운동본부 자금 약 6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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