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핵폐기물 관련 한국.대만 감정대결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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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은 대만의 내정에 간섭하지 마라.” “대만의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와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의 초상화를 불태우다니 한국사람들은 미친 것 아닌가.” 27일 오전10시 주(駐)대만 한국대표부가 위치한 타이베이(臺北)시 지룽(基隆)로의 국제무역센터 건물앞. 대만에서 극우단체로 잘 알려진 애국동심회(愛國同心會)단원 10여명의 거친 한국 성토가 벌어졌다. .한국은 대만 내정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두 한국간의 내전은한반도에나 돌아가서 하라'는 거칠기 짝이 없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앞세운 이들은 이 건물 15층의 한국대표부로 돌진을 시도하다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고 말았다.그러자 곧바로 국제무역관계자들의 왕래가 빈번한 건물앞에 대만기와 자신들의 단기를 세운뒤 그 아래 땅바닥엔 태극기를 펼쳐 마치 태극기가 대만 청천백일기와 애국동심회 단기에 굴복해 있는 장면을 만들었다. 이들은 끝내 타이베이 경찰에 의해 한국대표부 진입이 좌절되자한국성토식을 개최했다. .대만은 5천년 역사를 가진 충의를 중시하는 국가이나 한국은예부터 신의가 없고 부도덕한 국가였다.한국이 무슨 자격으로 대만의 내정에 간섭할 수 있단 말인가.' 애국동심회 저우칭쥔(周慶埈)회장이 4개항으로 된 성명서를 낭독하기 시작했고 60대 노인들이 주된 애국동심회 회원들은 큰 소리로 이를 따라하면서 맞장구쳤다.마침내 한국대표부의 한 관계자가 이들로부터 항의서를접수,돌아가자 이들은 곧 바로 태극기에 준비해온 달걀을 던지고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허수아비를 화형식에 처한뒤 사라졌다. 이날 시위를 지켜본 한국대표부 관계자들은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이날의 시위가 고조된 대만인들의 반한(反韓)정서를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최근 핵폐기물 문제를 둘러싼 한국의 반발에 대만은.이에는 이'라는 대응방 안을 선택한것으로 보인다. 언론도 정부도 마찬가지다.한국이 먼저 치고나오면 엇비슷한 크기와 내용으로 맞서겠다는 태도다.핵폐기물 문제가 불거진지 벌써보름이 다 돼가지만 한국.대만간에 잔뜩 낀 먹구름은 더욱 짙어만 가는 것같다. [타이베이=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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