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도소 무기수 탈옥사건 관련 前대원 근무실태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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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산교도소 탈옥수는 월요일 새벽 시간을 노렸다.” 무기수 신창원(申昌源.29)씨 탈옥사건과 관련,90년대 초반 수도권 교도소에서 2년3개월간 경비교도대로 근무한 朴모(29.대학생)씨는 교도소 경비의 많은 허점을 지적했다.
朴씨가 우선 지적하는 것은 탈출 요일과 시간.병역 대신 교도소 경비를 서는 경비교도대원들은 2개월에 한번씩 토.일요일 외박이 허용된다.
술을 마시고 귀대하는 대원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문제는 음주자들이 술을 깨야 한다는 이유로 주로 새벽 경비를 맡는데 대부분 취한 술이 깨지 않아 형식적인 근무에 그친다는 것.
朴씨는“20 높이의 감시대(망루)네군데와 대여섯곳의 지상초소가 있지만 술취한 새벽 근무자들은 초소안에 앉아 잠자기 일쑤”라고 말했다.
겨울철을 택한 것도 이유가 있다.교도소 야간 경비는 초소당 1명씩 2시간 교대근무.교도소 구내 마당과 교도소담 바깥에 2인1조의 근무자가 있지만 추운 겨울에는 초소에서 난로를 쬐느라경비가 허술해진다.
申씨는 이같은 사정을 잘 알고 탈옥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朴씨는 현행 경비교도대원 충원.교육방식으로는 이같은 사고가언제든지 재발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경비교도대원들은 현역병으로 입대한 사람들 가운데 임의로 선발된다.소속도 국방부에서 법무부로 바뀐다.그러나 사실상 감옥살이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되는 이들은 근무여건에 불만이 많고 유달리 구타등 군기가 엄해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 다.그러다보니 시간때우기식 근무가 만연해 경비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朴씨는 쇠톱의 외부 반입 공모자가 있다는 시각에는 회의적이다.재소자들은 외부인이 상상을 초월하는 물건들을 얼마든지 만들어 낸다.
다만 申씨와 같은 방에 있었던 다른 재소자들이 申씨의 탈옥을묵인했을 가능성은 높다고 했다.
“교도소는 밤에도 불을 모두 켜놓고 자도록 돼 있습니다.화장실에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까지 보일 정도입니다.제대로 근무했다면 탈출은 불가능해요.”그는 교도소 당국과 교도대원들의 안일한 근무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윤석 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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