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MB 압박 … ‘핵 담판’ 앞둔 오바마도 겨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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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북한이 24일 지난 10년 동안 일궈온 대표적인 남북 사업들을 일제히 중단하겠다는 초강수를 결국 꺼내 들었다. 개성공단과 개성관광은 대표적인 남북 경협사업이다. 따라서 북한이 개성관광의 전면 중단과 개성공단 상주 인력의 축소 조치를 취한 것은 표면적으론 이명박 정부 압박용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북한의 미래를 결정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을 앞두고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해 북핵 담판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성격도 짙다.

북한 개성공단 관리위원회가 24일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대표 등의 면담을 요청했다. 입주업체 관계자들이 면담을 위해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종근 기자]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관계 악화는 한반도의 위기 지수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언제나 미국에는 빨리 평화체제를 논의해 북한 체제를 보장해 달라는 우회 메시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개성공단 축소, 개성관광 중단은 남북 관계 사안이지만 미국까지 변수로 넣으면 ‘한반도를 바라보라’는 대미 시선 끌기용이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대남 압박책을 현실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지금 써야 할 전략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선 비핵화 우선 정책을 고수하는 이명박 정부의 한·미 공조를 막지 못하면 향후 북·미 협상에서도 한국의 ‘끼어들기’가 예상되는 등 상황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대남 강경책은 검증과 대화가 혼재된 오바마 진영을 직접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에 ‘양보는 없다’고 알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북한이 직접 대화를 언급한 미국은 건드리지 않은 채 ‘약한 고리’인 남한을 때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의 이번 대남 조치는 오바마 진영이 남한 편을 들지, 북한을 주목할지를 알아보려는 떠보기 성격도 있다”며 “북한은 향후 결국 북핵을 둘러싼 한·미 공조 차단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남북 관계 차단에 나선 배경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체제 단속 차원에서 대남 접촉을 차단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이번 조치에선 철저하게 계산한 흔적이 드러난다. 중단이 예고된 경의선 열차 운행은 북한엔 큰 실익이 없었다. 지금도 화물이 없어 ‘빈 차 운행’하고 있다. 반면 개성공단은 상주인원 축소에 그쳤을 뿐 전면 폐쇄까지 가진 않았다. 매달 북측 근로자 3만5000여 명에게 1인당 최소 60달러씩 월급이 흘러 들어가며 개성을 먹여 살리는 ‘달러 박스’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등장 이후엔 남북협력기금이 거의 지원되지 않아 대북 지원단체, 기업인의 방북 사업도 극도로 위축됐다. 따라서 북한이 이들 민간 차원의 육로 방북을 중단시켜도 당장 큰 손해는 없다. 굳이 따지자면 개성관광 중단이 북한엔 그중 큰 돈벌이다. 지난해 12월 시작 이후 관광객 1인당 100달러씩 1000만 달러가량이 이달까지 북한에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중단된 금강산 관광(지난해 2000만 달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북한의 또 다른 달러 박스인 북한산 모래 채취 사업은 육로가 아닌 바다로 오가기 때문에 이번 차단 조치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공단은 살려 놓은 점과 다음 달 1일 차단을 앞두고 일주일 전에 미리 예고하는 점 등을 볼 때 북한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관건은 향후 북한의 태도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단 면밀하게 계산했지만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개성공단을 사실상의 운영 불가 상태로 몰고 가는 등의 2차, 3차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북·미 대치가 깊어질 때 핵실험까지 강행하는 벼랑 끝 전술을 예외 없이 구사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채병건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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