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공단 관리위원회가 24일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대표 등의 면담을 요청했다. 입주업체 관계자들이 면담을 위해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종근 기자]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관계 악화는 한반도의 위기 지수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언제나 미국에는 빨리 평화체제를 논의해 북한 체제를 보장해 달라는 우회 메시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개성공단 축소, 개성관광 중단은 남북 관계 사안이지만 미국까지 변수로 넣으면 ‘한반도를 바라보라’는 대미 시선 끌기용이 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남북 관계 차단에 나선 배경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체제 단속 차원에서 대남 접촉을 차단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이번 조치에선 철저하게 계산한 흔적이 드러난다. 중단이 예고된 경의선 열차 운행은 북한엔 큰 실익이 없었다. 지금도 화물이 없어 ‘빈 차 운행’하고 있다. 반면 개성공단은 상주인원 축소에 그쳤을 뿐 전면 폐쇄까지 가진 않았다. 매달 북측 근로자 3만5000여 명에게 1인당 최소 60달러씩 월급이 흘러 들어가며 개성을 먹여 살리는 ‘달러 박스’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등장 이후엔 남북협력기금이 거의 지원되지 않아 대북 지원단체, 기업인의 방북 사업도 극도로 위축됐다. 따라서 북한이 이들 민간 차원의 육로 방북을 중단시켜도 당장 큰 손해는 없다. 굳이 따지자면 개성관광 중단이 북한엔 그중 큰 돈벌이다. 지난해 12월 시작 이후 관광객 1인당 100달러씩 1000만 달러가량이 이달까지 북한에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중단된 금강산 관광(지난해 2000만 달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북한의 또 다른 달러 박스인 북한산 모래 채취 사업은 육로가 아닌 바다로 오가기 때문에 이번 차단 조치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공단은 살려 놓은 점과 다음 달 1일 차단을 앞두고 일주일 전에 미리 예고하는 점 등을 볼 때 북한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관건은 향후 북한의 태도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단 면밀하게 계산했지만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개성공단을 사실상의 운영 불가 상태로 몰고 가는 등의 2차, 3차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북·미 대치가 깊어질 때 핵실험까지 강행하는 벼랑 끝 전술을 예외 없이 구사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채병건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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