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변동 이용 고수익” 270억원 다단계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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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구로동에 사는 김모(41)씨는 지난여름 지인으로부터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환율 파생상품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경우 125(3개월)~180%(6개월)의 확정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김씨는 이 상품을 판매하는 투자업체 ‘로터스아이디’를 직접 방문해 설명까지 들었다. 업체 직원은 “다른 사람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120~180%의 배당금도 덤으로 벌 수 있다”고 설득했다. 김씨는 친구까지 설득해 투자하게 했다. 이런 식으로 올 4월부터 10월까지 1050명이 이 상품에 투자했다. 규모는 27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달 7일 부도처리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통화 파생상품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은 혐의로 로터스아이디 전무이사 정모(47)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업체 관계자 1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업체가 환율변동 관련 선물거래에 실제로 투자한 금액은 10억원 정도다. 시늉만 한 것이다. 나머지 돈은 ‘돌려 막기’에 썼다. 하지만 다단계에 몰려든 사람이 많아지면 돌려막기는 한계에 이른다. 대개 다단계 투자 운영자들은 회사를 부도내고 잠적했다가 사건이 잠잠해지면 새로운 곳에서 다른 상호를 걸고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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