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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뇌물죄 집행유예 어려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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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의 모 부처 과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인·허가를 받도록 노력해 준다면서 7000만원을 받은 뒤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반환했을 경우 선고 형량은?’

이 경우 현재 법원의 판결은 징역 3년6월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5000만~1억원 뇌물의 경우 7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법정형의 절반으로 줄여주는 작량감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근속과 수사를 개시한 뒤 뇌물을 반환한 것이 고려된 결과다.

그러나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석수)가 24일 공청회에서 공개한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그 과장은 훨씬 무거운 징역 5~7년형을 받게 된다. 새 양형기준안은 뇌물죄의 감경 요소에 자수, 수사 개시 전 뇌물반환, 내부비리 고발 등을 포함했지만 수사 이후 뇌물반환이나 사건과 무관한 장기근속은 제외해서다.


◆묻지마 살인, 무기징역 이상=양형위원회가 만든 이번 기준안은 공무원이 5000만원 이상 뇌물을 받은 경우에는 최대한 형을 깎아 주더라도 최저형을 징역 3년6월로 정해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도록 했다.

또 뇌물사건에서 ▶신분상실이나 명예실추 ▶부정한 이익의 몰수 ▶사건 관련 징계처분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했다. 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 집행유예를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김소영 수석전문위원은 “부패범죄를 엄단하라는 국민적 요청을 받아들여 종전보다 뇌물죄의 형량을 상향하고, 집행유예 기준도 엄격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양형위원회는 현재 ‘5년 이상 징역, 무기징역, 사형’ 등 세 가지 법정형만 규정돼 있던 살인죄를 ‘징역 3년~무기징역 이상’ 등 모두 9가지로 형을 세분화했다.

우선 범행동기별로 가정폭력과 성폭행 피해자의 살인처럼 참작사유가 있는 살인과 일반 살인, ‘묻지마 살인’ ‘청부살인’과 같은 비난사유가 있는 살인 등 세 유형으로 나눴다. 그러곤 유형별 감경·기본·가중 등 세 구간으로 다시 나눈 것이다.

양형위는 “양형이 가중되는 요소인 ‘계획적이며, 잔혹한 수법’으로 다중을 상대로 묻지마 살인을 벌인 경우 무기징역 이상의 형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소아기호증 성범죄자는 실형=양형위는 성범죄를 13세 이상을 상대로 한 강간죄와 강제추행죄, 13세 미만 아동 대상의 성범죄로 세분화하고 아동 대상 성범죄의 형량을 대폭 높였다. 최근 성폭력범죄특별법 개정으로 형량이 상향된 것을 반영한 조치다.

또 아동성범죄자 가운데 ▶소아기호증 성추행범 ▶임신·성병 감염 ▶교사행위 등 가중요소가 있는 경우 3년 이상 징역을 선고하도록 만들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했다.

13세 이상 강간죄의 경우 일반강간과 주거침입·특수강간, 강도강간으로 분류했고 양형 인자를 감경 요소와 가중 요소로 구분해 형량을 조절하도록 했다. 강간상해, 치사, 강간살인에도 개별 양형기준을 제시해 강간살인범에 대해서는 무기징역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양형위원회는 내년 1월 강도, 횡령·배임, 위증·무고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놓고 2차 공청회를 연 뒤 4월께 최종 양형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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