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정의 거꾸로 미술관] 웃어야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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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길 [미술관 투어 동호회] 2003

작품을 바라보는 세 가지 상이한 관전 포인트 :

감상 1. 로댕의 걸작 '지옥문'을 담은 사진이다. 그런데 아줌마들이 앞을 가로막고 섰다. 좀 비켜섰으면 좋았을 걸.

감상 2. 아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아줌마 부대'다. 이들의 단체사진 뒤에 있는 지옥문은 단지 배경에 불과하다.

감상 3. 무슨 소리! 어느덧 한국 중년 주부들의 한 일상이 되어버린 문화 프로그램의 정형화된 면모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따라서 진정한 주제는 이 같은 한국적 '정황' 그 자체다.

미술관을 필두로 문화 공간 곳곳에 무리지어 세를 과시하는 아줌마 부대의 행렬은 이제 하나의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줌마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는 정말 집요한 데가 있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가정을 위해 청춘을 바친 자신의 과거에 대한 뒤늦은 보상심리와도 같아 보이지요. 그런 연유로 미술관에서 기념촬영하는 이들의 모습 속에는 악착스러움 이상의 측은함이 함께 공존합니다. 이들이 일찌감치 통과했을 젊은 날의 시집살이가 이미 구체적인 지옥문인 것을! 이들은 오늘도 또 다른 지옥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군요. 지옥문 통과 기념 촬영인 건지 참 아이로니컬합니다.

반이정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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