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야 산다" 잡지도 개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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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교보문고.영풍문고등 대형서점의 잡지 코너를 둘러보면 그야말로우리 잡지계가 .르네상스'시대를 맞고 있음을 알 수 있다.교보문고.영풍문고등은 외국잡지 3백50여종을 포함해 8백여종을 진열중이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기존의 틀을 깨려는 노력도 활발하다.잡지계에서도 아이디어만 참신하면 경영면에서도 꽤 짭짤한 것으로 전해진다.무가지(無價誌)하면 얼핏 길거리의 생활정보지를연상하지만 유가지 못지 않게 세련미 넘치는 무가 지가 있는가 하면 책을 잘 안 읽는다는 노년층을 독자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잡지도 눈에 띈다.또 기발한 판매전략으로 창간 몇 개월만에 자리를 굳힌 잡지도 많다.
지금 무가 월간지로 대학가 중심의 젊은이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잡지는.페이퍼'.신세대 문화정보와 밝고 아름다운 문화이야기를 담는다는 취지로 시작한 이 잡지는 참신한 편집과 수준높은 기사로 고급 유가지를 뺨칠 정도의 성공을 거뒀다.문체에서도 젊은이들 특유의 발랄함이 묻어난다.
95년11월 창간된 이 잡지는 1년남짓 사이에 5만부를 발행하는 잡지로 성장했다.이제 광고주들도 이 잡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총 80여쪽인 1월호는 광고가 11쪽에 지나지 않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2~3개월후에는 광고가 25쪽으로 늘어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분석.콘서트.영화.음반등에 대한 정보외에매달 한 주제씩 다루는 특집이 최고의 무기다.비 .별.놀이.음악등에 이어 이번호에서는.횡설수설 엉망진창'을 다루고 있다.
이만한 인기면 유가지로 전환하고 싶은 유혹도 느끼겠지만 제작진들은 아직 흐트러짐이 없다.황경신 편집장은“유가지로 전환하면책 두께를 늘려야 하고 그러다보면 기존의 여성지 스타일로 돌아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무가지를 포기하지 않겠다 ”고 밝힌다.
유가지로 독자층이 엷은 노년층을 공략하는데 성공한 실버잡지.
골든 에이지'도 눈길을 잡는다.두권째인 1월호는 창간호보다 7천부나 많은 3만2천부를 발행했다.나이 많은 세대를 50,60대 식으로 구분하지 않고 노인이 아니라는 뉘앙스가 강한.노노(No老)세대'로 부른다.
창간특집.섹스,신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나.패션이야기'등이 풍기는 젊게 사는 모습들이 먹히면서 독자층이 40대 후반으로까지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곽원호 편집부장은“고개숙인 아버지 신드롬이 지나고 어느 정도 차분해지면 퇴직을 마무리 가 아닌 새로운 출발의 단계로 인식하는 분위기로 바뀔 것”이라면서 성공을장담한다.서울보다 시골에서 더 많이 팔리는 잡지다.
매일 두세쪽씩 읽도록 편집한.일기식'잡지도 새 아이디어 상품.90년 창간된.좋은 생각'에 이어 최근 .행복'.보람찾기'등이 연이어 창간됐다.이미 10만부 이상 발간하는 잡지로 자리를굳힌 .좋은 생각'의 경우.오늘의 만남'난을 통 해서 역사인물이나 상식을 매일 한건씩 소개하고.오늘의 생각'난에서는 짤막하면서도 감동적인 토막이야기를 전한다.
어린이문화 전문지도 빼놓을 수 없다..우리 너구리의 사과편지'.컴퓨터 나라의 왕자'등으로 널리 알려진 동화작가 이윤희씨가발행하는 계간지.아침햇살'은 본격 어린이문화 비평지로 이런 종류로는 처음 선보인 잡지.최근호인 96년 겨울호 에서는 어린이대중문화의 문제점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양질의 어린이 문화를걸러주자는 훌륭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아직 2천부 발행에 그치고있어 안타깝다.
독특한 판매전략으로 화제를 뿌리는 잡지로는 대중문화지.See'와 고급 생활문화정보지.NEIGHBOR'가 있다.
.NEIGHBOR'는 상류층에 무가지로 접근했다가 잡지의 질을 확인받은 뒤 유가지로 전환하면서 많은 상류층을 확보한 잡지..당신은 우리나라의 상류층 인사인데 상류층만 읽는 이 잡지를구독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판매전략은 현재 대학 강단에서도 성공한 판매전략의 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이들 잡지외에도 문학사상사가 책과 잡지의 절충형태로 기획중인.부커진'(Book+Magazine)을 비롯해 독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새로운 유형의잡지들이 계속해서 선보일 전망이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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