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국 연주자 한무대 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바이올린 연주자 스티그 닐슨(62·사진)은 30년 경력의 오케스트라 ‘베테랑’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1977년부터 악장을 맡아 연주하고 있다.

“수많은 연주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죠.” ‘월드 심포니 오케스트라(World Symphony Orchestra, 이하 WSO)’ 공연을 위해 내한한 닐슨은 “참여 제의를 받고 이렇게 반가웠던 적도 드물다”고 말했다. WSO는 세계 20개국의 연주자 80명이 모인 오케스트라다.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와 독일의 첼리스트, 터키의 오보에 연주자 등이 이 오케스트라 연주차 한국에 왔다. 국적·인종을 뛰어넘는 음악을 위해서다.

그는 “공유하는 문화가 없을 것 같은 연주자끼리도 훌륭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일종의 ‘발상 전환’이 WSO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아시아 지역별로 연주자가 모인 오케스트라의 예는 더러 있었지만 이처럼 전세계를 아우르는 단위의 오케스트라는 음악 축제나 외교 행사 등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찾기 힘들다.

“우리 단원들은 종교·문화는 물론이고 심지어 성향까지 다르죠.” 닐슨은 “아시아 출신들은 내성적인 성격에 연주도 깔끔하게 하는 편이고, 유럽 단원들은 활발하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편이에요. 리허설 이튿날이 돼서야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지휘자 금난새(61)씨가 음악감독을 맡아 연주자들을 모은 WSO는 22~27일 한국에서 창단 연주를 연다. 22일 김해에서 시작해 23일 수원, 24일 서울, 26일 대구, 27일 대전을 순회하는 일정이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을 비롯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협연 송영훈),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협연 이고르 체투예프·우크라이나)을 연주한다.

내년에는 중국 연주가 잡혀있다. 금씨는 “앞으로 미국·유럽 등을 순회하며 지속적으로 공연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031-230-3440.

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