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홍익대 미대 입시 비리 철저히 수사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홍익대는 20일 미대 교수 두 명을 입시 비리와 관련해 정직·감봉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미술대학원 입시에서 특정 수험생들을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쪽지를 면접위원들에게 건넸으며, 이 중 한 명은 올 초 홍익대 미대에 지원한 자신의 아들이 그린 그림들을 채점위원들에게 미리 보여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학교 측의 자체 조사와 징계만으로 부정 의혹이 씻어진 것은 아니다. 애당초 학교 측이 나선 것은 미대의 김승연 교수가 동료 교수 7명을 입시 비리 혐의로 서면 고발한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을 제대로 밝히려면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수들이 입시 문제를 미리 알려줘 일부 수험생을 집중 훈련시키고, 채점 교수에게 특정 수험생의 작품번호를 적은 쪽지를 전달하는 등의 비리가 지속돼 왔다”며 구체적인 수법을 담은 문건을 배포했다.

이제는 검찰이 나서서 비리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김 교수 자신도 청탁 쪽지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힌 터다. 올 초 홍익대 미대 교수 8명이 입시미술학원에서 학원생의 작품을 평가해 주고, 강의료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적도 있다. 예능계 실기시험은 시험관의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소지가 크다. 그래서 더욱 엄정한 관리가 필요하고 의혹이 있을 때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예능계 입시 비리는 홍익대만의 일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는 사회 고질병이다. 그 커다란 이유로 꼽히는 것이 대학 졸업장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미대와 음대에 진학하는 관행이다. 고만고만한 입시생의 도토리 키 재기 식 능력을 주관적으로 평가하니 비리 가능성도 더욱 커진다. 예능계 입시 비리를 원천 봉쇄하는 한 가지 대책이 있다. 장기적으로 미대와 음대를 대학이 아닌 별도의 음악원·미술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학문이 아니라 실기의 기예를 가르치는 것은 애당초 대학의 몫이 아니다. 예능 분야의 영재를 제대로 키우는 선진국의 교육은 대개 이렇게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