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지역방송국 16곳 통폐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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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한국방송공사(KBS)의 25개 지역방송국 중 사업 실적이 부진한 16개 방송국을 단계적으로 통폐합하라고 주문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처방을 내릴 방침이다. 공영방송의 기능과 역할을 높이기 위해 전체 수입의 50~60%에 달하는 KBS-2TV의 광고 비중도 줄이도록 주문키로 했다.

이와 함께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사.감사 임명 방식을 바꾸고 외부 감독도 강화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국회 요청으로 지난해 12월부터 KBS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여 온 감사원은 이번 주 중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경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KBS가 사실상 국민의 세금(수신료)으로 운영되는 정부투자기관임에도 소홀한 외부 감독으로 인해 예산을 부적절한 용도에 사용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우선 강릉 등 KBS 16개 지역방송국의 경우 중계 기능에만 치중할 뿐 자체 프로그램 제작 비율이 평균 1.1%(지난해 기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들 방송국의 운영비 및 인건비(지난해 800억원)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송국 간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또 KBS가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2TV 광고를 늘리는 바람에 광고 수입(54%)이 수신료 수입(39%)을 앞지르는 기형적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광고에 의존하다 보니 시청률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고, 결국 선정성 등에서 상업방송과의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광고 비중은 줄이고 그에 따른 손실분은 수신료 인상으로 메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경우 수신료 비중이 76%, 일본 NHK는 97%다. 감사원은 이 밖에 KBS도 다른 정부투자기관들처럼 매년 경영 목표를 설정해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기획예산처의 예산편성지침에 준해 예산을 수립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KBS는 '예산운영 계획'을 방송위원회에 제출하고 국회의 결산 승인만 받아 왔다.

선문대 황근(신문방송학과)교수는 "조직의 불필요한 군살을 줄이고 광고 비중을 낮추는 건 공영성을 높이기 위한 당연한 방향"이라며 "문제는 강력한 실천 의지"라고 말했다.

임봉수.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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