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목판인쇄술 발명놓고 韓.中 지존심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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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 10일 베이징(北京)에서 보내온 한 문화재 관련기사가 우리의 이목을 자극했다.오는 5월 서울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국제회의를 앞두고 세계 최초 목판 인쇄술 발명국의 명예를 한국에빼앗기지 않으려면 중국 학계가.성전'을 벌여야 한다는 중국의 한 신문 보도내용을 소개한 것.
한국은 66년 경주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 신라시대인 706~751년 사이에 간행된 것으로 보고 현존하는 세계 최초 인쇄물로 주장해왔고,이같은 사실은 뉴욕 타임스 67년2월15일자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된바 있다. 한편 중국학계는 지난해 12월 중국 국가문물국등의 주관으로대책회의를 갖고 전문학자들을 중심으로 연구그룹을 결성하는등 최근 본격적인 반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이는 그동안 당조(唐朝)의 목판인쇄및 송조(宋朝)의 활자인쇄 문헌과 고 고학적 근거로 세계 최초의 인쇄술 발명국으로 공인받아온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중국은 그동안 종이.화약.나침반.인쇄술의 4대 발명국으로 세계에 자랑해왔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사무총장 권태준)는 중국과 이런문제를 다룰 어떤 회의도 준비한바 없으며 유네스코 본부에서도 이같은 회의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본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다라니경'을 서지학적으로 연구해온 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김성수(金聖洙)교수는.한국 목판인쇄의 기원연대에 관한 연구'라는논문을 통해“세계 최초의 목판인쇄본인.다라니경' 을 유네스코 공인을 통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장한바 있다.
박성래(한국외국어대.과학사)교수는“서양학계가.중국 인쇄사'등중국문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며“우리의 중요 문화유산인 세계적 발명품들을 세계에 알리고 공인받기 위해선 과학사연구소 설립,국제학술회의와 홍보등 적극적 대응책을써야 할때”라고 강조한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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