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로부터냐 정문부터냐 명동성당 聖域범위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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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명동성당의.성역'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민주노총의 명동성당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성당의 경계를 놓고 경찰과 농성 근로자들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구간은 성당 앞 대로에서 정문까지의 계단으로 된 언덕빼기 70.농성근로자와 성당측은“진입로 구간도 분명히 성당 땅인 만큼 성역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찰측은“진입로 구간은 경찰 병력이 필요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곳 ”이란 입장이다. 경계를 둘러싼 이같은 신경전은 17일 집단 몸싸움을 불러일으켰다.경찰은 이날 오후3시“운동권 학생들이 명동성당 안으로 들어온다”는 첩보에 따라 사복경찰 30여명을 성당 계단쪽으로 진입시키려 했다.
그러나 계단 입구를 지키던 민주노총 사수대들이“이곳은 성역”이라며 경찰과 대치했다.15분간에 걸친 양측의 몸싸움은 결국 불상사를 염려한 경찰이 병력을 철수함으로써 끝났다.
이곳은 95년6월 한국통신 노조원들의 농성 당시에도.성역논쟁'이 일어났던 곳.당시 경찰은 계단입구에 천막을 치고 농성중이던 노조원들을 강제 해산시켰다가 성당측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명동성당 사무장 金영민씨는“국민들은 명동성당 본당 건물뿐만 아니라 가톨릭회관.교구사무실등 구내 전체를.성역'으로 인식하고있다.따라서 진입로도 마땅히 성당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지금까지는 문제의 구간을 작전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아 마찰을 빚을 만한 행동을 않고 있지만 수배자가 정문을 지나 나오거나 한총련 학생들이 진입을 시도할 경우 계단에서라도 검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나현철.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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