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해도 다자주의 부활은 희망사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고 해서 2009년 다자주의가 부활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9일 발행한 ‘2009년 세계 전망’에서 내놓은 예측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도하 라운드를 되살리려는 시도도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잡지는 “2009년 말부터 경기 회복이 시작되겠지만 너무 정도가 미약해 알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자주의 힘 못 쓸 국제관계=도하 라운드와 유럽연합(EU)의 리스본 조약을 살리려는 시도는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추구했던 일방주의가 오바마 시대엔 다자주의로 바뀔 수 있으리라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유엔 등 국제기구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확산금지조약(NPT)은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신냉전이 국제기구에서의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오바마 취임 후 미국=오바마는 어마어마한 과제를 취임 후 해결해야 한다. 잔뜩 커진 국민의 기대감, 두 개의 전쟁과 10조 달러의 부채, 사상 최대 경제위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워싱턴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화당만큼 로비스트와 당파적 이해관계에 취약하다. 오바마가 워싱턴 기득권 세력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미국의 개혁이 좌우될 것이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9년 문을 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250명의 처리를 놓고 미국은 골치를 앓을 것이다.

◆경제위기 얼마나 계속되나=선진국 경제성장률은 0.3%, 개발도상국 경제성장률은 5.9%로 떨어질 것이다. 한국은 내년에 2.0%의 경제성장률과 1.8%의 물가인상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교역액 증가율이 올해 5.2%에서 내년에는 3%로 내려갈 전망이다. 이는 2006년 증가율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2009년 말부터 경기 회복이 시작되겠지만 너무 정도가 미약해 맨눈에 알아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국가 발언권 강화 계속=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성장은 세계 경제 불황에도 이어져 중국 경제는 내년에 8.0%, 인도는 6.5%, 러시아는 4.0%, 브라질은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신흥강국으로 국제사회 힘의 이동이 내년에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6월 4일 천안문 사태 20주년을 맞는 중국에선 민주주의 요구와 부정부패, 경제위기를 해결하라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3월 10일 달라이 라마 망명 50주년을 계기로 티베트에선 분리독립 요구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이 이들을 강력하게 탄압할 경우 인권 존중을 내세우는 오바마 새 대통령에게 골칫거리를 안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엔 위기가 기회=금융뿐 아니라 실물경제로 위기가 번지며 대부분의 기업들엔 생존이 제1요건이 된다. 비용을 줄이고, 아웃소싱을 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게 된다. 도산하는 기업들은 주로 선진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은 기업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싼값에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불황을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사회간접자본 관련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누리게 된다. 넉넉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은 싼값에 인수합병을 할 수 있게 된다.

◆코펜하겐 회의서 합의 도출되나=코펜하겐에서 2009년 열릴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는 탄소 배출권 거래에 관한 협의가 이뤄진다. 선진국은 여기서 교토의정서 2단계인 2012~2016년 온실가스 배출을 법률적으로 줄이는 조항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도 국내총생산(GDP) 상승 비율에 따라 온실가스배출량을 제한하는 방법 등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

코펜하겐 회의는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처리 비용에 대한 기금을 대는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미국식 해법을 본받아야 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차기 오바마 정부가 탄소 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느냐 여부에 따라 전체 회의의 성패가 판가름 날 것이다. 하지만 여러 신흥국가의 엇갈리는 이해관계 탓에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매우 작다. 

최지영·김민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