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택시 사납금制 대수술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현재 서울에는 260여개의 택시회사가 있다. 이곳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로 기업들이 부도를 맞아도 한 곳도 부도나지 않고 호황을 누렸다.

심지어 실직자들이 대거 몰려 IMF 특수를 누렸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사마다 평균 20% 정도 기사가 모자라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주들은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하거나 타 회사와의 차별성을 연구하기는커녕 기껏 한다는 게 차 유리에 '기사모집'이라는 스티커를 붙이는 게 전부다.

매주 잠실 교통회관에서 수백명의 택시자격증 소지자가 쏟아져 나오는데 택시회사마다 기사가 없어 난리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문제의 원인은 열악한 근무조건과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급여 체계 등 한마디로 택시회사의 횡포에 기인한다.

그 사례를 보면 약 3년 전 서울시의 택시요금 인상 발표 후 택시회사마다 평균 하루 사납금을 1만원씩 인상했다(현재 하루 사납금 평균 9만원). 그러나 경기불황으로 인해 현재 하루 수입이 요금 인상 전보다 못하다.

그러면 양심적으로 사납금을 일정금액 인하할 만도 한데 사업주는 두눈 꿈쩍 안 한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무자도 하루 일당이 5만원 이상인데 이곳은 하루 12시간 일하고도 사납금을 못 채워 본인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사납금의 과중한 부담으로 인해 몇개월 만에 그만두는 기사가 수두룩하다.

택시 회사의 사납금 제도는 현실에 맞지 않다. 이것은 택시회사에만 있는 웃기지도 않는 제도다.

예를 들어 직장의 어느 회사원이 386 컴퓨터를 쓰다가 신형 586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월급을 깎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있다. 구형 택시를 몰다가 신형 택시를 받으면 단지 새 차를 운전한다는 이유로 사납금이 인상된다. 이런 불합리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로 인해 택시기사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외면당하고 있다.

향후 시민의 발이 돼 진정으로 시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택시업계 간 통폐합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혁신적인 경영구조 및 현실적인 근로조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앙부처의 정책당국과 사업주, 택시노조 등 관련기관들이 모여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통해 진정한 시민의 발이 되는 택시로 환골탈태하는 것이 진정으로 택시업계가 사는 길이다.

김혁 택시기사 '백미러로 보는 세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