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과학>호주 바이러스 이용한 토끼잡이 대체로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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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바이러스를 이용한 호주의.토끼잡이'가 시행 4개월인 지금까지대체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호주는 그간 이 나라 전역의 목초를 다 갉아먹을듯한 기세로 개체수가 늘어나는 토끼에 골머리를 앓아 왔다.
그러나 최근 일부지역의 토끼 숫자가 최고 5%로 줄어드는등 서서히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호주당국이 더욱 반가워하는 것은 씨가 마르다시피했던 일부 식물들이 되살아나고 서(西)호주의 회색 캥거루등 다른 동물의 숫자가 늘고 있는 점이다.
3억마리 이상으로 추산되는 호주의 토끼는 이 나라 국민들에게는 더 이상.온순'이나.유순'의 상징이 아니다.매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했던 농부들에게는.원수'로,이들이 한차례 풀밭을 쓸고갈 때마다 아사(餓死)의 위기에 직면해야 했던 다른 초식동물들에게는.천적'이나 다름없었다.
호주당국이 일부 환경론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토끼 출혈성 바이러스(RHD) 살포를 감행한데는 이런 속사정이 있었다.
RHD는 수차례의 예비실험결과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는 전혀 감염의 위험이 없는 것으로 미국.사이언스'최근호는 전했다.
문제의 토끼는 1840년대에 유럽으로부터 들여온 것이 엄청난숫자로 불어난 것이다.호주당국은 지난 50년 바이러스를 이용한.토끼와의 한판 승부'에서 일시적인 승리를 거둔바 있다.그러나시간이 흐르면서 이에 대한 면역이 생겨 다시 토끼들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것.
호주는 앞으로 6개월간 바이러스 살포를 계속할 계획.그러나 다른 동물에 대한 바이러스 감염우려 대신,토끼를 먹이로 해온 야생 고양이 숫자가 줄어드는등 또다른 측면에서의 생태계 불균형으로 고민하고 있다.
호주자연보존협의회의 크레이그 달링턴국장은“그러나 이 방법이 궁극적 해결책은 못된다”며“사냥이나 서식처 파괴같은 방법을 병행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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