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온 플라스마 이용 애완견 火葬 순식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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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애완견은 살아 있을 때는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경우가 많지만 죽으면 골칫거리가 된다.

쓰레기처럼 버릴 수도, 사람처럼 장례식을 치르거나 묻을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애완견 주인들은 개가 병들면 몰래 버리기도 한다. 죽었을 경우에는 몰래 야산 등에 불법적으로 묻는 사람도 있다.

인하대 기계공학과 채재우 교수와 러시아 연구팀은 공동으로 플라스마로 애완견 화장장치를 개발했다. 플라스마는 전기를 방전할 때 주변의 기체가 전기를 띠게 되는 현상. 이를 이용하면 수천도에서 수만도까지 온도를 올릴 수 있다. 이런 초고온에서는 웬만한 물건들은 흔적도 없이 타버린다. 이렇게 고온으로 처리하면 살은 타 없어지고 뼈는 완전히 녹아 촛농처럼 극소량으로 변하는 게 가장 큰 장점. 벽제화장장 같은 곳에서 사람의 사체를 한시간여 동안 태워도 뼈는 그대로 남는다. 그러나 플라스마 고로에서 초고온으로 태우면 뼈마저도 녹아 그 형태가 완전히 사라진다. 뼈가 액체로 변해 있을 때 금형으로 개 모양을 만들어 부은 뒤 식히면 생전의 애완견 형상을 만들 수도 있다.

1kg짜리 사체를 태울 경우 걸리는 시간은 10분에 불과하다. 여기에 들어간 전기량은 9kW. 뼈는 녹아 일회용 라이터 정도 크기로 줄어든다.

또 고온으로 사체를 태우기 때문에 불완전 연소가 거의 없어 냄새나 그을음 등이 남지 않는다. 이는 애완견 화장장을 만들었을 경우 민원 발생의 소지를 상당부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마 고로의 크기도 소형 트럭 등에 설치할 수 있을 정도여서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실험을 위해 동물의 사체를 집어 넣을 수 있는 플라스마 고로를 만들었다. 이 고로는 지름 10cm. 이를 상용화하면 큰 개의 사체도 넣을 수 있는 지름 수십cm짜리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현재 애완 동물 전용 화장장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사람 화장장에서는 받아 주지도 않는다. 이런 점이 불법 처리를 부추기고 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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