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에도 조직폭력 설쳐-대화방 독점하려 무차별 욕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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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우리 구역인 1번방을 지켜라.” 국내 PC통신망에 만들어지는 가상공간에서 10~40명으로 이루어진 10대 클럽들이 특정구역을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며 사이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가장 악명을 떨치고 있는 클럽은 지난해말 천리안에 등장한 빨강파.이들은 대화방의 1번방을 차지하기 위해 미리 방에 들어와 있던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알아볼 수 없는 문자.
그림등을 연속적으로 띄워(속칭 도배) 화면을 이용 할 수 없게만들며 행패를 부리고 있다.
이들은.빨강태지'라고 불리는 리더를 비롯해 40여명으로 추정되는 멤버 모두가 대화명 머리에.빨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일단 방을 점거하면 비밀번호를 붙여 출입을 통제하는등 위세를 떨쳐 통신인들로부터.가상공간의 조직폭력배'로까지 일 컬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와 유사한 파랑파.캔디파.쇼킹파등 목적을 알 수 없는 클럽들이 가세해 일반 이용자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대부분 10대로 구성된 이들은 다른 클럽을 비방하거나 상대편 멤버가 있는 방을 발견하면 쳐들어가 행패를 부 리며 복수전을 벌이는등 마치 갱들의 전쟁을 연상케 하고 있다.
삼성전자 황상준(黃相俊.26)연구원은“이들이 아직은 동네 불량배 수준일지 모르지만 해킹을 해 상대방 시스템을 부수거나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전자우편을 보내는등 사이버 테러리스트가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광주=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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